미국 정부가 MP머티리얼즈, 인텔에 이어 추가적인 기업 지분 인수를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초기 서명한 '미국판 국부펀드'의 윤곽이 나온 셈인데요.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은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인텔의 다음 타자로 국방 분야, 그중에서도 록히트 마틴 등을 거론했습니다. 록히트 마틴은 세계적인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기업으로 매출 대부분을 연방정부와의 계약에서 얻는 회사입니다. 미군의 전투기 및 군용 항공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패트리엇 미사일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지요.
전날 미국 증시에서는 방산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어요. 루트닉 장관이 거론한 록히트 마틴은 전 거래일보다 7.74달러 올라 1.73% 상승했고 보잉은 7.96달러 오른 3.51%로 마감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기업들을 추종하는 'S&P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선택 산업 지수'는 650.9달러 높아진 1.94%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나스닥 시장의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는 3.7%달러 오른 2.35% 상승으로 마감했습니다.
올해 글로벌 방산주는 유럽 국가들의 자강론 부상과 맞물려 시장의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는 등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죠. 미국 투자은행(IB) UBS는 지난 3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3%, 4%, 또는 5%로 증가시킬 경우 2029년까지 각각 5%, 6%, 또는 7%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시장 전망치 역시 2029년 컨센서스 대비 평균 3%, 10%, 혹은 16% 상승 여지가 있다고 봤어요.
정부가 기업의 최대주주가 될 경우 몇 가지 이점이 있지요. 우선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집니다. 규제 완화나 세금 인센티브, 재정 지원 등으로 기업을 지원할 수 있고, 정부의 참여로 신용도가 높아져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는 등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여지가 많아집니다. 이같은 기대감으로 지금까지 MP머티리얼즈와 인텔에 시장 자금이 몰려들었던 건데요.
그런데 최근 일각에서는 이같은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야욕이 의심스럽다는 거지요. 미국이 그간 주창해온 자유주의 시장체계를 벗어나 중국과 같은 국가자본주의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인텔은 미국 정부가 주요 주주 자리에 오르며 외국 정부로부터 추가 규제를 받고 소송을 당할 수 있는 리스크가 커졌고, 정부가 주주 이익과 상충하는 정책을 밀어붙여도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내용의 위험 요소를 공시하며 불안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아에로다이내믹 어드바이저리의 국방 분석가 리처드 아불라피아는 블룸버그에 "국방 계약업체의 지분을 인수함으로써 국방부는 경쟁을 저해하고, 의사 결정을 늦추고, 제품 개발을 이념적 로드맵에 맞춰 강제로 진행시키는 방식으로 회사의 균형을 무너뜨릴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지정학적 상황과 맞물려 방산주의 성장 기회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트럼프 매직이 될지, 트럼프 리스크가 될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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