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뇌에 빛을 쏘는 것만으로도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를 줄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알코올 중독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치료제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열렸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정동일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와 정영철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교수, 최정석 성균관대 의대 삼성서울병원 교수, 안우영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임상시험을 통해 뇌에 빛을 쏘는 방식의 경두개광자극(tPBM)이 알코올에 대한 갈망과 의존 수준을 모두 낮출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성과는 이달 24일 인천 연수구 송도에서 열린 한국뇌신경과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공개됐다.
연구팀은 피시험자들을 각각 경두개 광자극, 미주신경 전기자극, 두 가지를 모두 적용한 세 집단으로 나눠 5주 간 시험했다. 피시험자들은 하루 15분, 주 5회 이상 자가 치료를 시행했다. 그 결과 미주신경 자극만 받은 집단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던 반면 경두개 광자극, 즉 두뇌에 빛 자극을 받은 나머지 두 집단은 음주 욕구가 유의미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두 집단은 알코올 의존도 자체도 낮아지는 효과도 보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디지털 치료기도 개발할 계획이다. 글로벌 알코올 중독 치료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380억 달러(약 53조 원) 규모로 추정되며 연평균 6~7%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 교수는 “경두개 광자극이 음주에 대한 갈망과 의존을 동시에 줄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했다”며 “약물 치료가 어려운 환자나 음주 문제 예방을 위한 두뇌 관리에도 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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