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한미 정상회담이 진행된 워싱턴DC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여준 활약은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 총수들은 1500억 달러의 대규모 대미 투자 등으로 한미 정상회담을 적극 뒷받침했다. 25일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미국 기업인들과 만나 조선·원전 등 전략산업, 반도체·인공지능(AI)·바이오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미 경제협력 강화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했다. 이 자리에서는 이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반갑게 포옹하며 AI 글로벌 네트워크를 다지는 모습이 특히 주목받았다.
우리 기업들이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과 양국 간 경제협력을 뒷받침한 성과는 눈부실 정도다. 조선 분야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미국 비거마린그룹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초석을 놓았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과 글로벌 시장을 함께 견인하며 제조업 르네상스를 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방미 전 우리 기업인들을 만나 ‘원팀 코리아’를 강조하며 협조를 구한 것에 구체적인 성과로 화답한 것이다.
반면 국내로 눈을 돌려보면 원팀 코리아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기업들은 24일 노란봉투법, 25일 ‘더 센’ 상법 개정안 입법에 이어 26일에는 대주주 주식 양도세 10억 원 기준을 유지한 세법개정 정부안 확정으로 3일 연속 난타를 당했다. 정부·여당이 밖에서는 기업을 외교 난제 해결의 도구로 활용하면서 안에서는 각종 규제 입법으로 기업을 옥죄는 이중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러잖아도 기업들이 혹독한 대내외 환경에서 죽기 살기로 뛰고 있는 상황에서 잇단 옥죄기 입법은 생존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기업 옥죄기 행태를 즉각 멈추고 대대적인 규제 혁파에 나서야 기업들이 정부와 ‘원팀’으로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젠 정부·여당이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보완 입법, 배임죄 완화 등으로 기업을 뒷받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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