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전쟁 종식 관련 첫 회담 성사 여부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 2주 안에 만난다던 기존 호언장담과 달리 이미 일주일이 지난 상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들이 만날지 모르겠다”며 한 발 빼는 자세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과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취재진의 관련 질문을 받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정상이) 만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이 같이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그들이 만나야 한다고 나는 항상 말했다”며 “나와 만나기 전에, 아마도 합의에 이르기 전에 그들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 두 개인 사이에 깊은 감정의 골이 정상회담의 장애물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 둘이 잘 지낸다고 하기는 어렵다”며 “두 남자 사이에 싫어하는 감정이 상당한데 그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포함된 3자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가 참여하면 그들은 좋아할 것이지만 내가 참여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며 “그 둘이 먼저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1∼2주 안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드러날 것이고 그 지점에서 내가 매우 강력하게 개입할 것”이라며 “내가 거기 있어야 한다면 거기 있을 것인데 합의가 이뤄지거나 안 이뤄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미국 알래스카에서 푸틴 대통령과 6년 만에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후 18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유럽 주요 국가 정상들과 연이어 회담을 가진 뒤 그 자리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이 2주 안에 만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그 이후 러시아의 반응은 미온적인 상태다. 유리 우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18일 “푸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전화 통화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대표단의 급을 올릴 가능성을 연구하는 게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를 논의했다”고 공표했다. ‘아이디어’는 러시아가 상대 측 제안을 우회적으로 거부하고자 할 때 종종 쓰는 표현이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자국 국영TV와의 인터뷰에서 19일 “정상이 관여하는 모든 접촉은 면밀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사전 조율에 시간이 걸려 정상회담이 가을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며 러시아가 그 틈을 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에서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크라이나는 이번주 미국 정부 고위급과 만나 러시아와의 담판 가능성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키이우를 방문한 요나스 가르 스퇴르 노르웨이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키스 켈로그 미국 대통령 특사와 만나 러시아 측과 가능한 회의를 준비하는 것을 주제로 대화할 것”이라며 “이번 주 후반에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팀이 만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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