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25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만나 서로를 뜨겁게 끌어 안았다. 인공지능(AI) 시대 두 거목이 한 달이 안돼 다시 재회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이번 만남을 계기로 양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논의를 넘어 차세대 기술 동맹으로 나아갈 것으로 기대한다.
2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DC 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단연 화제는 이 회장과 황 CEO의 포옹이었다. 지난달 말 이 회장이 방미한 후 회동한 것으로 알려진 두 사람은 한 달도 채 안 된 재회에서 견고한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이 회장과 황 CEO간 반가운 포옹에 HBM 빅딜이 임박했다는 관측에 힘이 실렸다. 삼성전자는 5세대인 HBM3E 12단 제품과 6세대인 HBM4의 엔비디아 품질 시험(퀄 테스트) 통과를 지상 과제로 삼고 있다. 5세대 HBM은 엔비디아의 주력 AI 가속기인 블랙웰에 탑재 중인데, SK하이닉스(000660)가 사실상 독점 공급 중이다. 6세대인 HBM4는 내년 출시 예정인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쓰일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블랙웰은 SK하이닉스에 뒤쳐졌지만 6세대 HBM4는 적기에 퀄 테스트를 통과해 빼앗긴 D램 왕좌를 되찾으려 한다.
삼성전자는 그간 엔비디아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AI 가속기 시장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먼저 HBM을 공급하면서다. 삼성전자는 번번이 양사 대비 뒤늦게 엔비디아의 퀄 테스트를 통과해 점유율 싸움에서 밀렸다. 삼성전자도 엔비디아에 HBM을 납품하고 있지만 중국으로 수출하는 저사양 H20에 4세대인 HBM3를 공급하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에 추가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도 높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370억 달러를 투자한 파운드리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는데 첨단패키징 시설 등에 70억 달러 이상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대미 투자를 더욱 확대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해 삼성의 추가 투자 결정이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