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9월의 서울'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한국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과 글로벌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 서울'이 내달 3일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하며 아시아 미술 허브로서 서울의 위상을 재확인할 전망이다. 네 번째 동행을 시작한 '키아프리즈'가 침체된 미술시장에 어떤 활력을 불어넣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세계 미술계의 별들이 한자리에, 프리즈서울=아트바젤과 더불어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손꼽히는 프리즈 서울은 한국 미술의 국제화와 시장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해왔다. 4회째를 맞는 올해도 세계 최정상급 갤러리 120여 곳이 참여해 동시대 미술계가 주목하는 주요 작가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1~2회 당시와 비교해 유명세 있는 고가 작품 수는 줄었지만 깊이가 더해졌다는 평가다.
세계 최대 규모 갤러리로 꼽히는 가고시안은 일본 출신의 스타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를 소개하고 스프루스 마거스는 조지 콘도와 제니 홀저, 이미래의 작업을 중심으로 로버트 모리스, 카리 업슨의 작업을 선보인다. 하우저앤드워스는 루이스 부르즈아와 캐시 조세포위치의 작품을 중심으로 제프리 깁슨, 라시드 존슨, 마크 브래드포드 등 동시대 작가를 아우르고 페이스갤러리는 김환기에 영향을 줬다고 알려진 미국 추상표현주의 작가 아돌프 고틀리브를 중심으로 유영국의 주요 추상 작업을 전시한다.
국내 갤러리로는 국제갤러리, 갤러리현대, 가나아트, 학고재, 우손갤러리 등이 부스를 내고 박서보와 하종현, 김윤신, 정상화, 김보희, 오수환, 이봉상, 최상철 등을 세계 컬렉터들에 소개한다.
◇'양보다 질' 내실다진 키아프 서울=스물 네번째로 열리는 한국 대표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에는 세계 20여개국 175개 갤러리가 참여한다. 전년 205곳 대비 15% 가량 줄어든 수치다. 키아프 운영위원장인이성훈 화랑협회장은 "참여 갤러리 심사 기준을 대폭 강화해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한편 휴식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 관람객들이 전시를 보다 쾌적하게 즐길 수 있게끔 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는 '공진(Resoance)'라는 주제를 정한 점도 눈길을 끈다. 이 협회장은 "이제는 우리 미술시장도 외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될 만큼 발전했다"며 "내부의 우리가 같은 울림을 가지고 성장해보자는 마음으로 주제를 정했다"고 설명했다.
키아프는 한국 근현대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의 걸작을 단숨에 만날 수 있는 자리로 평가받는다. 샘터화랑은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를, 표갤러리는 김창열을, 조현화랑은 추상작가 김택상의 신작을 선보인다. 해외 갤러리가 50곳 참여한 가운데 미국 순다람타고르갤러리는 일본의 히로시 센주의 작엄을 출품했고 아트오브더월드갤러리는 콜롬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를 들고 왔다.
◇놓치면 아쉬운 '키아프리즈' 핫스팟='키아프리즈' 기간 놓치기 아쉬운 부대 행사도 즐비하다. 이 기간을 한국 미술계의 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해 서울의 일상을 예술로 물들이는 다채로운 행사를 기획해왔다.
한남, 청담, 삼청동의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2~4일 밤늦게까지 문을 열어 미술 애호가들을 맞이한다. 간단한 식음료는 물론 DJ 퍼포먼스, 아티스트 토크, 미디어아트 전시 등을 준비한 곳도 많다. 키아프는 해외 컬렉터들이 한국에 도착한 순간부터 예술의 바다에 빠질 수 있도록 10개 화랑과 손잡고 20여 작가의 작품 50여점을 인천국제공항에서 선보이는 특별전도 기획했다. 또 내달 1~19일 매시각 광화문 등 도심 곳곳에서는 대형 미디어아트가 동시다발적으로 상영될 전망이다.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 ‘리버스 캐비닛(Reverse Cabinet)’, 피아니스트 선우예권이 참여하는 클래식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프리즈 서울은 LG OLED와 협업해 박서보를 기리는 전용 라운지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와 아디다스 등 상업 브랜드가 김재용, 안준 등과 협업한 라운지 공간도 관객들의 기대감을 부른다. 또 올해 처음으로 프리즈의 상설 전시 공간인 '프리즈 하우스 서울'이 중구에 문을 열어 집과 정체성에 대한 퀴어적 관점을 탐구하는 개관전 '언하우스(UnHouse)'를 개막한다.
◇서울이 통째로 미술관이 되는 9월=이 기간에는 서울을 찾는 국내외 컬렉터들을 겨냥한 블록버스터 전시도 줄줄이 개막한다. 서울이 통째로 미술관이 되는 가을을 만끽할 기회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은 내달 4일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가 이불의 '이불 : 1998년 이후' 전시를 연다. 한국 작가로는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정면 외복에 조각 작품을 설치한 작가의 1998년 이후 대표작이 총체적으로 다뤄진다.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는 미국의 추상 작가 마크 브레드포드의 대규모 개인전을, 소격동 아트선재센터는 같은달 3일부터 아르헨티나 조각가 아드리안 비야르 로하스의 개인전을 연다.
갤러리들도 승부를 걸었다. 신사동 화이트큐브 서울과 한남동 타데우스 로팍은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조각가 안토니 곰리의 개인전 '불가분의 관계'를 공동 기획해 내달 2일부터 전시한다. 가고지언은 프리즈 서울의 전시 부스와 연계해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전을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청담동 글래드스톤 서울은 스위스 출신 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신작 풍경화 13점을 소개하는 개인전을 이달 29일부터 막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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