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세기와 위상을 각각 독립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나노 광소자가 나왔다. 이 소자에 전압을 가하는 방식으로, 주파수가 두 배로 변조된 빛인 2차 고조파 빛의 위상과 세기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차세대 양자 통신, 양자정보 처리 등의 기반 기술로 주목된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이종원 교수팀은 주파수가 2배로 변조된 빛의 위상과 세기를 완벽히 독립 제어할 수 있는 전기 구동형 나노 광소자를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광소자는 비선형 광학 변조 소자의 일종이다. 비선형 광학은 빛이 특수 매질을 통과할 때 입력 세기에 따라 주파수 등이 변하는 현상으로, 양자 기술에서 양자 얽힘 광원 역시 이러한 비선형 변환 과정을 거쳐야 만들 수 있다.
이 나노 광소자는 손톱 넓이의 1만 분의 1 크기로, 부피가 큰 기존 매질을 대체해 더 작고 가벼운 장치를 만들 수 있다. 또 기존의 나노 광소자들이 수동으로만 작동돼 실제 기기에 쓰기 어려웠던 데 비해, 전압을 가해 작동시킬 수 있다. 위상과 세기를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것까지 가능해 두 정보를 조합해 더 많은 정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실제 실험에서, 2차 고조파의 세기는 거의 100%에 가까운 변조 깊이로 제어됐고, 위상은 0도부터 360도 범위에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었다. 또한 비선형 응답의 크기는 약 0~30 ㎚/V 범위에서 조정됐다. 이는 비선형 응답이 극좌표상의 모든 조합에 도달할 수 있으며, 곧 복소 위상–세기 공간에서 완전한 전기 제어가 가능함을 뜻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위상 격자(phase grating)와 세기 격자(amplitude -grating)를 구현하고, 출력 신호의 회절 패턴을 제어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시간 광파면 제어, 고속 정보 인코딩, 비접촉형 스위칭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잠재력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 같은 기술이 가능한 이유는 광소자 표면 구조 설계에 있다. 광소자 표면에는 다중양자우물과 금속 나노공진기가 결합된 나노 구조가 배열돼 있는데, 서로 반대 위상(180도 차이)을 갖는 두 구조가 한 쌍을 이루도록 설계됐다.
이종원 교수는 “기존 비선형 광학 장치의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어, 전기적 제어만으로 완벽한 고속·정밀한 광파면 조절을 가능하게 하는 초소형 비선형 광학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제시했다”며 “양자 얽힘 광원이나 양자 간섭 제어 등 능동형 양자광학 시스템의 기반 기술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2025년 7월 25일 자로 출판됐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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