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결산 심사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결손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등을 겨냥하며 “지난 정부의 재정 운용 평가는 낙제점”이라고 혹평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민생쿠폰 등 현금성 정책을 ‘선심성 지출’로 규정하며 “이번 심사를 통해 향후 재정 집행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겠다”고 맞받았다. 내년 예산안 심사 주도권을 쥐기 위한 여야의 ‘결산 공방’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5일부터 2024 회계연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 심사에 돌입한다. 여야는 본격적인 결산 심사를 앞두고 신경전을 이어갔다. 민주당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 윤석열 정부의 재정 운용에 관해 ‘총체적 난국’이라고 혹평했다.
민주당이 가장 문제 삼은 점은 윤석열 정부 당시 2년 연속 나타난 대규모 세수 결손이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윤석열 정부가 집행을 마무리한 2023·2024년 사상 초유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며 “그 규모는 각각 56조 4000억 원, 30조 8000억 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여기에는 부자 감세의 영향이 없다고 하기 어렵다”며 “세입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과감한 감세 조치를 단행한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의 세수 결손 대응 방안에 관한 비판도 이어졌다. 과거 정부는 대체로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으로 세입경정을 했는데 지난 정부는 기금 여유 재원 활용, 교부세금 불용 등으로 대응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교부세란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형평성 확보와 지방 행정 활성화를 위해 국가 세입의 일부를 지방정부에 넘기는 재원을 뜻한다. 이소영 민주당 예결위 간사는 이와 관련해 “세수 결손 발생 부담을 지방정부와 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기금 여유 재원 활용은 기금의 자금 운용 수익이 불가능해지고 이자율 손실도 발생해 국고의 큰 손실을 야기한다”며 “결산 심사에서 이에 따른 구체적 손실과 국민의 고통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정부가 세입 경정 없이 기금 여유 재원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연간 266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했으며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 원금 2조7000억 원의 만기를 연장해 이자 비용까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예산 심사 과정에서 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던 점을 정조준하기도 했다. 한 정책위의장은 “역대 정부가 지속적으로 증가시켜온 국가의 미래 먹거리와 관련한 R&D 예산을 지난 정부가 2023년 31조 1000억 원에서 5조 2000억 원이나 줄인 25조 9000억 원으로 편성했다”며 “각국 정부가 인공지능(AI) 등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투자를 늘려가는데 우리만 청개구리도 아니고 거꾸로 간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석열 정부가 매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도입한다고 공언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한 점도 문제 삼았다. 한 정책위의장은 “2023년 세수 결손으로 적자 규모는 3.9% 수준이었고 지난해에는 4.1%로 재정적자 규모는 오히려 커졌다”고 꼬집었다. 그는 “심사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가 실기한 부분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조치를 정부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감사원에 대한 감사 요구 등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 들어 ‘포퓰리즘’ 성격의 재정지출이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결산을 통해 재정 집행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겠다는 대원칙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소속 예결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재명 정부는 재정위기에도 불구하고 지역사랑상품권, 민생쿠폰, 각종 현금성 지원 등 선심성 지출에 치중하고 있다”며 “이번 결산 심사는 향후 재정 집행의 효율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립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최근 61개 부처별 결산을 분석해 ‘100대 문제사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출입 인원이 없는 남북출입사무소 운영(통일부) △취업 연계율 저조와 부정 수급이 늘어난 지역 주도형 청년 일자리 사업(행정안전부) △지하주차장 건립 등 과도한 변경으로 재정 낭비가 발생한 여성사전시관 사업(여성가족부) 등이 문제 사례로 지목됐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