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에서 한 베테랑 관광 가이드가 폭염 속에서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증세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무더위가 일상이 된 기후변화 속에 고대 유적지 개장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56세의 관광 가이드 조반나 마리아 지암마리노는 이달 19일 콜로세움 내부를 안내하던 오후 6시께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증세로 쓰러져 현장 구조대의 응급조치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이탈리아 공인 관광가이드 협회(AGTA)는 성명을 통해 “지암마리노의 죽음은 가이드 업무가 신체에 얼마나 큰 부담을 주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여름철에는 콜로세움과 포럼(로만 포럼), 팔라티노 언덕을 포함한 고고학 공원의 운영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AGTA는 “기후변화는 더 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매년 ‘폭염 비상사태’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로만 포럼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일하는 것은 수년째 견디기 힘든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콜로세움은 3월 말부터 9월 말까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7시 15분까지 개장한다. AGTA는 특히 더위가 심한 6월 초부터 8월 말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 15분으로 시간을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같은 요구는 지난 3년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로마 관광 가이드 300여 명을 대표하는 페데라지트(Federagit) 로마 지부의 프란체스카 두이미크 대표도 “여름철 로마의 더위 속에서는 가이드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탈수 증세로 자주 쓰러진다”며 “포럼은 그늘도 없고 바람도 없어 오후 1~2시에 있으면 누구든 몸이 아플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최근 로마를 비롯한 유럽 곳곳은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는 등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볼로냐와 피렌체 등 7개 주요 도시에 폭염 적색경보가 내려졌고 4세 어린이가 열사병으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했다. 프랑스 남부는 역대 최고 기온인 41.6도를 기록했고, 스페인 역시 많은 지역에서 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며 곳곳에서 산불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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