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에서 전통적인 성묘 문화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무더위를 피해 성묘 대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각 묘지에서는 열사병 방지를 위한 특별 조치들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 일본 NHK 보도에 따르면 도쿄의 한 공원묘지는 성묘객들을 위해 냉찜질 팩을 무료로 배포하고 양산 대여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열사병 경계경보 발령 시 주의 방송도 송출하고 있다. 다나카 유지 공원묘지 대표는 "생사와 직결되는 폭염이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온이 30도 정도였음에도 비석 표면 온도는 35도를 넘었다. 공원묘지 측은 "돌은 열을 모았다가 그대로 방출한다. 몸 상태가 안 좋으면 직원에게 말해 달라"고 안내했다. 묘지는 특성상 그늘이 적고 반사열이 심해 열사병 위험이 특히 높으며, 고령층이 많은 성묘객 특성상 더욱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성묘 대행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크게 늘었다. 도쿄 하치오지시의 한 대행업체는 지난해 대비 2배 가까운 60건의 성묘 의뢰를 받았다고 발표했다. 13일 오봉 연휴를 맞아 진행된 대행 서비스 현장에서는 독특한 풍경이 펼쳐졌다. 도치기현 닛코시에 사는 60대 여성의 의뢰를 받은 직원이 영상통화를 켜고 묘지 청소를 시작했다. 잡초를 뽑고 비석을 정성스럽게 닦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중계하자, 화면 너머 의뢰인은 스마트폰을 향해 두 손을 모았다.
의뢰인은 "부모님도 고령이고, 최근 더워서 직접 갈 수 없다고 생각해 처음으로 대행업체에 부탁했다"며 "처음에는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기 꺼려졌지만 정성껏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성묘 대행은 전국적인 현상이 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묘 대행을 맡는 대형 청소서비스회사의 경우 5년 전 대비 의뢰가 1520% 증가했다. 하치오지시 대행업체 오바라 대표는 "기온이 상승하면 문의도 늘어 지난해의 1.52배로 늘었다"며 "더위로 먼 곳에서 오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면을 통해 조금이라도 실시간으로 무덤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이런 서비스는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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