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밑이 텅 비었다. 유리 바닥 너머로 1563m짜리 심연이 드러났다. 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다리가 저릿하게 얼어붙었지만 정작 눈앞에 펼쳐진 대별산맥의 장관에 모든 공포가 사라졌다.”
구름이 산허리를 스치는 아침 명당산 정상. 왜 이곳이 ‘중국판 익스트림 파크’로 불리는지 이해가 됐다. 유리 다리 아래로 드러나는 심연, 계곡을 가르는 집라인의 속도감, 절벽 끝에서 쏘아 올려지는 공중 그네. 명당산은 두려움과 황홀함의 경계를 넘나드는 곳이었다.
케이블카 위의 초현실
명산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10분간 창밖으로는 화강암 절벽과 폭포가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가 안후이의 작은 장가계”라는 가이드의 설명이 귓가에 맴돌았다. 중턱에 내리자마자 맞이한 것은 산 전체를 휘감는 유리 데크. 아직 몸이 산에 적응되기 전인 탓인지 첫발을 내디딜 때 무릎이 저절로 후들거렸다.
유리 잔도 위 공포의 재정의
600m 낭떠러지 위에 놓인 유리 다리는 공포와 경이의 공존을 보여줬다. 처음엔 벽을 붙잡고 이동하던 사람들도 중간쯤 가면 유리의 투명함에 익숙해졌다. 특히 ‘유리 크랙 효과’ 구간에서는 발밑에서 찰칵 소리가 나며 금이 가는 듯한 환상이 펼쳐졌다. 비명 대신 웃음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다리 끝에서 돌아보면 온 산줄기가 발 아래로 펼쳐지는 장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집라인 스태프의 죽음의 질문
“준베이 하오 러 마(준비됐어)?”라는 스태프의 중국어 질문에 “하오 러(됐어)”라고 가볍게 대답한 게 생의 마지막 말이 될 뻔했다. 명당산 집라인의 매력은 그 속도에 있었다. 출발 플랫폼에서 뛰어내리면 시속 80㎞의 풍압에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옆으로 스쳐 지나는 절벽과 아래로 보이는 초록빛 계곡이 시야를 압도하는 20초. 이 짧은 순간을 위해 사람들은 다시 줄을 섰다. 체중이 무거울수록 속도는 빨라져 몸무게가 무거운 사람일수록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집라인 종점에는 전문 사진사가 있어 추억을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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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공중 그네의 광기
절벽 끝에 매달린 그네에 올라타자 스태프가 철제 암에 장치를 고정했다. 기계가 서서히 당기더니 갑자기 ‘휘유우우웅!’ 소리와 함께 내 몸을 공중으로 쏘아 올렸다. 앞으로 흔들릴 땐 절벽, 뒤로 흔들릴 땐 하늘이 보였다. 현지인들은 이걸 ‘폐활량 테스트’라고 부르는데 비명을 지를수록 더 멀리 날아간다고 한다. 이 그네는 하루에 200번 이상 작동되지만 매번 점검을 통해 안전을 확보하고 있다. 그네 옆에는 ‘두려움을 이기고 탄 사람들’을 위한 작은 기념품 가게도 운영 중이다.
“신선이 준 선물” 명당산의 여운
액티비티의 스릴이 식을 무렵 산 중턱의 명당폭포에서 발을 담그니 뜨거웠던 심장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현지인들은 이 물이 ‘신선이 마시던 샘’이라 믿었는데 확실히 피로 회복 효과가 있었다. 폭포 옆 작은 다리 위에 서니 운무 사이로 비치는 석양빛과 돌계단에 기대어 쉬는 등산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전의 아드레날린이 꿈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명당산은 단순한 스릴을 넘어 ‘내가 정말 해냈다’는 성취감을 선사하는 곳이다. 유리 다리 끝에서 마주한 대별산맥의 파노라마, 집라인을 타며 지른 비명, 그네에서 본 탁 트인 하늘 이 모든 순간들이 여행자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 분명했다. 공포를 이겨내고 얻은 경험은, 마치 산이 주는 살아 있는 선물 같았다.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명당산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자신의 한계를 돌아보는 특별한 체험의 공간이 된다. 특히 젊은 여행자들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랑할 멋진 사진들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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