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여행 중 무료로 제공된 술을 마셨다가 실명 위기를 겪은 20대 남성이 참혹한 경험을 전하며 주의를 당부했다.
18일(현지시간) BBC는 지난 11월 라오스 방비엥에서 발생한 집단 메탄올 중독 사건의 생존자 칼럼 맥도널드(23)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당시 사건으로 호주인 2명, 덴마크인 2명, 미국인 1명, 영국인 1명 등 6명이 숨졌다.
칼럼은 투숙객에게 무료 위스키와 보드카샷을 제공하던 한 호스텔에 머물렀다. 그는 술을 탄산음료에 섞어 마셨고 다음날 베트남에 도착했을 때 갑작스러운 시력 이상을 느꼈다. 그는 "눈앞에 만화경처럼 눈부신 빛이 들어왔고 행정 서류조차 읽을 수 없었다"며 "처음엔 단순한 식중독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베트남 숙소에 도착한 뒤 그는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친구들과 호텔 방에 있었는데 너무 어두웠다. '불 좀 켜라'고 했더니 이미 불은 켜져 있었다"는 것이다. 다행히 치료 끝에 그는 시력을 되찾았다. 그러나 그는 "그날 6명이 죽었고 그중 2명은 아는 사람이었다"며 "친구가 메탄올 중독으로 죽는 일이 없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실제 사건이 발생한 방비엥 호스텔에서는 100여 명이 술을 마셨으나 일부에서만 중독 증상이 나타났다. 라오스 경찰은 호스텔 직원 8명을 체포했지만 이들은 불법 주류 제공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메탄올은 공업용 알코올로 술의 성분인 에탄올과 냄새가 비슷하지만 체내에 들어가면 급성 중독을 일으켜 두통·구토·시력 손상,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른다. 불과 30㎖만 섭취해도 치명적이다.
문제는 이런 사례가 동남아시아 전역에서 되풀이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베트남 호이안에서는 외국인 관광객 2명이 같은 해 6월 태국에서는 불법 제조 술을 마신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월 인도에서는 메탄올 밀주로 주민 21명이 숨졌다.
국경없는의사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4만 명 이상이 메탄올에 중독됐으며 이 중 1만 4200명이 사망했다. 특히 인도네시아·베트남·캄보디아 등 아시아 지역에서 발생률이 높다. 사망률은 20~40%에 이른다.
칼럼은 현재 지팡이와 안내견 훈련을 받으며 일상 회복에 나서고 있다. 그는 "살아남은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며 "여행객이라면 무료 술이나 값싼 증류주는 피하고 현지 맥주를 즐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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