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에서 근무하는 남성 중 자녀가 태어난 첫 해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직원의 비율이 사실상 ‘제로’인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국내 10대 증권사의 올 반기보고서(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 기재 생략)에 따르면 올 상반기 평균 육아휴직 사용률은 27.6%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32.3%) 대비 약 5%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통상 해당연도 출생 자녀를 가진 직원 중 출생일 1년 이내 육아휴직 사용 이력이 있는 직원 수의 비율로 계산한다.
여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평균 67.13%였으나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0.9%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증권(8%)을 제외한 나머지 증권사들의 남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은 모두 0%였다. 이는 자녀 출생 1년 이후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 직원들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탓이기도 하지만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남성 직원들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 상반기 여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 100%를 기록한 메리츠증권의 현재 육아휴직 여성 직원 총 수는 19명인 반면 육아휴직 남성 직원 수는 4명에 그쳤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여성 60명, 남성 6명이었다. 상반기 여성 직원 육아휴직 사용률 79%를 기록한 대신증권은 현재 육아휴직 중인 남성 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업계에서는 증권가 특유의 성과 중심적인 조직 문화가 저조한 육아휴직 사용률이 주된 요인이라고 평가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과 비교하면 증권가의 보수적 분위기가 더 잘 드러난다. 올 상반기 삼성전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 직원 94.3%, 남성 직원 12.4%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여성 87.5%, 남성 15.4%였다. 여의도 소재 한 대형 증권사에 6년 째 재직 중인 남성 직원은 “종종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다녀오면 책상이 없어진다는 이야기를 농담으로 하곤 한다”며 “육아휴직을 고려하는 입장에선 전혀 농담 같지 않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