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세븐일레븐이 최근 2년 새 2000개 이상의 점포를 폐점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해 세븐일레븐으로 편입한 점포수와 맞먹는 규모다. 편의점 업계 전체로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점포수가 감소세로 접어들면서 성장 엔진이 멈추자 업계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과 안전상비약 확대 등 수익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17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세븐일레븐 점포수는 1만 2152개로 2022년(1만 4265개) 대비 2113개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올들어 점포 정리는 더 가속화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2022년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당시 2600여개의 점포를 새로 확보한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늘어난 점포 수만큼 폐점을 한 셈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븐일레븐이 미니스톱 인수로 ‘규모의 경제’를 구축해 편의점 3강 체제를 견고히 하려 했지만 되레 수익성만 악화된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14일 발표한 코리아세븐의 올해 2분기 매출은 1조 2503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4%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87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GS25와 CU 매출이 각각 1.5%, 4% 증가한 것을 고려할 때 잇단 폐점으로 인해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분석된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저수익성 점포를 정리하는 중”이라며 “이는 미니스톱을 인수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편의점 3사(CU·GS25·세븐일레븐)의 점포수는 2021년 4만 2277개에서 매년 증가하면서 지난해 4만 8722개를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 4만 8057개로 통계 작성 이후 첫 감소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소비심리가 위축된 데다 경기불황과 물가 상승이 장기화된 영향이다. 이미 한국의 인구 대비 편의점 밀도는 1000명당 1개꼴로 일본(2000명당 1개), 대만(1500명당 1개) 등 편의점 강국 중에서도 최상위권으로 포화 상태다.
이에 편의점들은 매출처 다변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뷰티 제품에 이어 초저가 상품 라인에 대한 니즈가 커지면서 건기식을 도입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CU와 GS25는 여러 제약사들과 협업해 지난달부터 5000원 이하 건기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연내 건기식 판매를 시작할 예정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소포장으로 가격을 낮추고 한 달 분량씩 판매하는데 초기 반응이 좋다”며 “제약사와 협업해 단독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업계는 안전상비의약품(상비약) 확대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2012년 개정 약사법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약은 최대 20개지만, 현재 판매 중인 약은 감기약·해열진통제·소화제 등 11개 품목에 그친다. 품목 확대를 하려면 지정심의위원회가 열려야 하는데 2018년 이후 열린 적이 없다. 주요 선진국에서는 소매점의 의약품 판매가 자유롭게 이뤄지는 추세인 만큼, 편의점 업계는 안전성이 높은 의약품 위주로 판매 품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편의점협회는 이번 주 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편의점 판매약 확대를 설득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상비약은 매출에는 큰 도움이 안되지만 소비자들의 편의성이 증진되고 상비약 구매로 방문객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며 “24시간 운영이라는 편의점의 인프라를 활용해 국민들의 니즈가 큰 지사제, 화상연고 등으로 품목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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