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 인공지능(AI) 기술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LIG넥스원(079550) 등 방산 대기업은 물론 KT(030200) 등 정보통신(IT) 기업까지 관련 분야 인재 유치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정예팀 선정을 계기로 소버린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산화가 필수적인 방산 분야에서 한국군 작전 체계의 미래를 바꿀 혁신적인 AI가 나올지 주목된다.
17일 IT 업계에 따르면 KT는 국방 전장·무기체계 관련 AI 사업을 발굴하고 제안할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방산 분야 대기업에서 국방IT 소프트웨어를 개발했거나 국방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기획 실무 경험이 있는 경력자를 우대한다. IT업계 관계자는 “IT 기업이 방산 인재를 직접 채용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며 “그만큼 KT가 국방 AI 사업화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KT는 올해 3월 글로벌 방산 AI의 대표 주자인 미국 팔란티어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김영섭 대표는 당시 직접 미국으로 출장을 가 알렉스 카프 팔란티어 공동 창립자 겸 최고경영자(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팔란티어는 ‘타이탄’이라는 AI 기반 군사작전 지원 시스템 구축 사업을 미국 국방부와 계약하는 등 국방 분야 AI 기술력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산·우주 IT 분야 국내 대표 기업인 한화시스템(272210)도 국방 소버린 AI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네이버클라우드·서울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항공대 등과 ‘국방 AI 기술자립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대공방어를 위한 미래형 전장 상황인식 AI 모델에 대한 연구개발(R&D)에 나섰다. 우리 군이 실시간으로 위협을 분석하고 최적의 무기체계를 선택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하고 AI 모델과 결합한 의사결정 체계를 국내 기술로 최적화하겠다는 구상이다.
한화 측은 안보 문제가 자주권과 직결된 만큼 자체 국방 AI 모델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해외 의존도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시스템 관계자는 “국방 AI 분야는 해외 AI 기술에 의존하게 되면 △기밀 데이터 유출 및 무단수집 등 보안 이슈 △한국 맞춤형 솔루션 구현 및 정보통제의 한계 △해외 서비스 종속 등 다양한 변수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LIG넥스원은 다양한 외부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국방 AI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미국 방산 AI 기업인 안두릴과 손잡고 △유도무기 △유무인복합체계 △AI 기반 운영시스템을 중심으로 기술 협력 및 글로벌 시장 개척을 추진 중이다. 또한 LG AI연구원과 LG 거대언어모델(LLM)인 엑사원을 자사 시스템에 적용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중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만큼 국방 AI를 한미동맹의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미동맹이 긴밀해질수록 한국군과 미군의 AI 협력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군민융합 정책을 기반으로 AI R&D를 통해 미국 중심의 패권 체제에 도전하고 있다.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AI 분야 글로벌 선두를 목표로 AI 기술 및 무기체계 개발을 적극 추진 중이다. 미 국방부는 미래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합동전영역지휘통제(JADC2)’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땅·하늘·바다·우주·사이버로 분리됐던 전투정보 공유체계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함이다.
해외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국방 AI 시장은 2024년 93억1000만달러(약 12조 9000억 원)에서 2030년 192억9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지원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AI를 군사 분야에 사용하려는 세계 주요국의 행보는 공개된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군사적 활용이 가능한 AI 기술에 대해 민·군 공동개발을 추진해 민간 활용 가능성을 극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보·감시·정찰(ISR)과 군사 물류 효율화에 AI 기술이 우선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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