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부터 예금자 보호 한도가 상향됨에 따라 고액 예금자 사이에서 자금을 분산해 예치하는 ‘쪼개두기’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시중은행보다 높은 3%대 예금 금리를 제공하고 있는 저축은행권은 자금 이동에 대비해 분주하게 고객 마케팅에 나섰다.
16일 금융계에 따르면 다음 달 1일부터 은행·저축은행을 비롯해 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 등 금융권의 예치 원금과 이자에 대한 예금보호 한도가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어난다.
24년 만에 예금자보호 한도가 2배로 늘어나면서 수 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예금족들이 고금리 금융 기관으로 이동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현재 은행권 예금은 2%대에 그치는데 반해 저축은행권에서는 3%대가 기본"이라며 "큰 자금을 보수적으로 예치하는 고객들의 이동 수요가 높게 나타날 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15일 기준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99%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신한(최고 2.45%) 등 주요 시중은행보다 0.5%포인트가량 높은 수준이다.
저축은행권은 수요를 선점하기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웰컴저축은행은 '첫거래우대 정기적금'을 특별 판매해 최대 연 10% 금리를 제공한다. 신규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 상품은 월 납입 한도와 가입 기간이 제한돼 있지만 고금리 상품을 찾는 예금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이동은 선수의 한국여자오픈 우승을 기념해 '특판 자유적금'을 내놨다. 기본 금리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6%대 금리를 제공한다. DB저축은행 역시 8월 말까지 연 6% 적금 특별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예금자 보호 한도 상향 시행 시점과 맞물려 9월에는 금리 경쟁이 한층 심화될 전망이다. 금융권에서는 9월 이후 저축은행권의 고객 유치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저축은행권이 공격적으로 특판을 내놓으면, 금리 민감도가 높은 예금자들이 단기 자금 이동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장기적으로는 금리 격차, 신뢰도, 상품 구조 등이 함께 고려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확대된 예금자보호 범위는 기존의 분산예치 수요를 완화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단일 금융기관에서 관리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라고 분석했다. 다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예금자의 심리에 변화를 줄 수 있지만, 결국 예금자 행동을 이끄는 직접적 유인은 업권 간 금리 격차”라며 ”최근 저축은행 업권은 수익성 저하와 연체율 상승 등 운용 여건 악화로 금리 경쟁력이 약화해 은행권과의 금리 차이가 제한적이다. 지난해 이후 은행과 저축은행 간 월평균 정기예금 금리 차이는 약 0.21%포인트에 그쳐 자금 이전의 유인이 크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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