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한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개성재단) 재설립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대북 제재 상황에서도 남북 교류 협력 사업을 사전에 발굴해 한반도 긴장 완화 등 여건이 무르익으면 개성공단을 비롯한 남북 경협을 추진해 부진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1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통일부는 개성공단 재가동을 위해 지난해 1월 해산된 개성재단을 재설립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구체적으로 통일부는 남북협력기금법에 근거한 시행령과 통일부 고시를 새롭게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개성공단 재가동 등 남북경협사업과 관련해 통일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의뢰하는 등 본격적 준비에도 나섰다. 또 개성재단 재설립을 위해 남북교류협력추진위원회(교추협) 심의·의결이 필요한데 기재부, 법무부 등 관계부처 간 조율도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교추협이 대부분 서면결의로 진행되며 형식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이번 정부에서 교추협을 공식 대면회의로 전환하고 안건 보고와 토론을 거쳐 의결하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기재부도 본예산으로 이같은 남북경협사업을 적극 뒷받침하기로 했다. 우선 남북협력기금 예산을 윤석열 정부 이전 수준으로 원복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특히 개성공단 등 남북경제협력 분야 예산 비중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남북경제협력 분야 예산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42.3%, 21.3%씩 큰 폭으로 삭감된 바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통일부 역할 축소’ 기조로 인해 통일부 예산이 22.7%, 3.7% 줄었지만, 새 정부는 남북관계 복원을 전제로 예산을 다시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경협은 단기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투자”라며 “재정 여력을 확보해 단계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과 뒤이은 외교 일정에서 북미 대화 재개 논의가 진전될 경우 남북경협 재개의 시계도 빨라질 전망이다. 남북 교류협력과 경협 모색·추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공약집에 남북 교류협력을 모색·추진의 제목하에 △기후위기 관련 남북협력 추진 △남북 문화·체육 등 교류협력 재개 모색 △남북경협 사업자 지원 등 교류협력 기반 유지 등이 담겼다.
특히 정부는 북미 대화 진전 등 여건이 조성됐을 때 경협을 본격화하기 위한 선제적 준비에도 나섰다. 여건 조성 시 추진할 수 있는 사업으로 개성공단 재가동, 나진·하산 프로젝트, 광역두만개발계획(GTI) 북한 재가입, 한강하구 공동 이용 사업 등이 검토되고 있다. 개성공단 재가동은 △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북한 주민 소득 향상 △남북 간 신뢰 구축 등 다방면에서 경제적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30년간 개성공단 가동의 누적 경제성장 효과는 159조 2000억 원에 달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최근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단과의 면담에서 “20년 전 개성공단의 꿈은 한때 좌절을 겪었지만, 그 꿈을 되살려 현실로 만들기 위해 다시 걸음을 시작했으면 한다”며 재가동 의사를 분명히 했다. 개성공단은 2004년 시범 단지를 시작으로 본격 가동을 시작하며 남북경제협력의 유일한 통로로 기능했지만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2016년 2월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남북 경제협력이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잠재성장률 3%대 달성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지금 당장 할 수 없어도 상황이 조성되면 언제든지 진행할 수 있도록 (경협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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