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유통·마케팅 기업 ‘이공이공’이 국내 증시에 입성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K뷰티 제품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브랜드·제조·유통 등 국내 화장품 산업 내 주요 기업의 사업 확장과 기업공개(IPO) 시도가 잇따르는 모습이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공이공은 한국투자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작업에 돌입했다. 2019년 설립된 이공이공은 국내 뷰티 브랜드를 미국 아마존 등에 유통하는 사업을 한다. 국내 뷰티 브랜드 중 △가히 △잇츠스킨 △라네즈 등을 성공적으로 북미 시장에 안착시켰다. 2021년 27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469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지난달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주요 벤처캐피털(VC)로부터 3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았다. 동종 기업으로는 코스닥 상장사인 실리콘투·청담글로벌 등이 있다.
K뷰티 생태계가 아시아를 넘어 북미·유럽 등으로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의 증시 입성 시도는 줄을 잇고 있다. 최근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비앤비코리아는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상장 채비에 나섰고, ‘조선미녀’ 등 다수의 뷰티 브랜드를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투자 유치 과정에서 3년 내 IPO를 약속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K뷰티가 ‘반짝 인기’를 넘어 해외 주요 시장에 안착함에 따라 관련 기업들이 IPO를 통한 공모 자금으로 사업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품 제조·유통社 연속 상장…제2 에이피알 꿈꾼다
K뷰티 산업이 세계 주요 시장에서 빠르게 저변을 넓히자 IPO에 도전하는 관련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K뷰티 생태계는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수직 계열화된 구조가 아니고 다수의 기업이 제품 개발·생산·유통을 분담해 책임지는 구조여서 저변 확장의 과실이 비교적 고르게 분배되는 특성을 갖는다. 올 상반기 화장품 수출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K뷰티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어 추가 자금을 확보해 외형 확장 흐름을 굳히려는 시도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이공이공·비앤비코리아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 준비 작업에 본격 들어섰다. 이공이공은 경쟁력 있는 K뷰티 제품을 미국 아마존 등 해외 주요 상거래 플랫폼에 유통하는 사업을 한다. 비앤비코리아는 화장품을 개발·제조·공급하는 ODM 기업으로 에이피알·달바글로벌 등의 제품을 생산한다.
이공이공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2021년 27억 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469억 원으로 3년 만에 17배가량 증가했다. 국내에서 경쟁력 있는 제품을 자체 심사해 선별한 뒤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유통하는 사업이 순항하면서 이공이공의 손을 거쳐 해외에 진출한 브랜드가 200곳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흑자 폭도 늘리면서 국내 주요 VC로부터 37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공이공의 주요 주주는 한국투자파트너스·라구나인베스트먼트·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롯데벤처스 등이다. 투자 유치 자금과 추후 확보할 공모 자금은 유통 지역 확장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비앤비코리아도 K뷰티 저변 확장의 영향으로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다. 2023년 442억 원이었던 매출이 2024년 803억 원으로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70억 원에서 166억 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20.7%에 달하는데 생산 공정과 관련해 구축해둔 기술 장벽이 높은 이익률의 배경으로 꼽힌다. 화장품 ODM 기업은 화장품 원료·제형 연구개발(R&D)부터 상품 생산, 브랜드 개발까지 제품 생산의 대부분 과정을 전담하다 보니 가격 협상력이 높아 안정적으로 이익을 확보한다.
K뷰티 산업의 외형 확장 흐름은 지속되고 있어 관련 주요 기업의 상장 시도는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미녀’와 ‘티르티르’ 등 유망 뷰티 브랜드 다수를 보유한 구다이글로벌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로부터 8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받으며 3년 내 IPO에 나서는 것을 약속했다. 투자 유치 때 약 4조 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는데 재무적투자자(FI)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 IPO 때는 이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달성해야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최근 K뷰티 확장세를 고려하면 최근 밸류(기업가치) 이상으로 IPO에 나서는 것이 가능해 보인다”며 “FI도 이를 감안해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뷰티 생태계의 대형화 흐름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뷰티 브랜드 기업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은 올 2분기 기준 78%에 달하는데 그 배경으로는 지난해 초 IPO로 모은 수백억 원대의 공모 자금이 꼽힌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IPO에서 발행 비용 등을 제외하고 743억 원의 공모 자금을 받아 해외 마케팅에 공격적 투자를 집행했고, 그 결과 2023년 42.7%였던 해외 비중이 80%에 육박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요 뷰티 기업은 빠르게 증가하는 해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IPO로 자금을 확보해 성장세를 굳히려는 기업이 잇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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