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신세계면세점과 인천국제공항공사 간에 임대료 조정을 둘러싼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면세점 재입찰 시 임대료가 현재의 60%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왔다. 사실상 공항공사를 상대로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면세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최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감정서를 통해 두 면세점이 철수하고 새롭게 입찰할 경우 임대료가 현재 대비 40%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신라·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1, 2여객터미널 내 화장품·향수·주류·담배 매장(DF1·DF2)의 임대료를 40% 인하해달라는 내용의 조정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법원은 삼일회계법인에 적정 수준의 임대료 감정을 의뢰한 바 있다.
회계법인은 재입찰 시 임대료 하락을 전망한 이유로 출국객 수가 증가하면서 면세점 매출은 4.5% 증가하겠지만 임대료 부담도 커지면서 손실이 커질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인천공항 면세점 중에서도 DF1·DF2의 품목 매출이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확연히 감소된 점을 제시했다. 패션·액세서리·명품·부티크의 매출은 2019년 수준을 회복한 것을 넘어 성장세를 보였지만, 화장품·향수는 2019년의 53%, 주류·담배는 65% 수준을 회복하는데 그쳤다는 것이다.
반면 출국객 수에 연동돼 책정되는 임대료를 비롯해 이자 비용, 매출 원가 등을 고려하면 두 면세점은 매년 1000억 원 이상의 세전 손실이 발생해 2032년에는 신라 1392억원, 신세계 1453억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이 같은 손실 규모를 고려할 때 1, 2여객터미널 면세점을 재입찰할 경우 임대료 입찰가는 현재의 60% 수준이 될 것으로 회계법인은 추정했다. 2023년 실시한 4기 임대료 입찰 당시 DF1의 여객 1인당 낙찰가가 8170원이었지만 재입찰 시 예상 입찰가는 이보다 40% 낮은 4926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DF2 역시 8200원에서 4965원으로 4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라·신세계면세점이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에 비해 현재 객단가가 줄었다며 40%의 임대료 인하를 요청한 논리와 일치하는 것이다.
이 같은 감정 결과가 나오자 해당 면세점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법원에서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의뢰한 감정 결과인 만큼 이를 토대로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도 협상에 전향적으로 임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다만 공항공사 측은 여전히 임대료 인하 조정이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달 14일 예정된 2차 조정기일이 이달 말로 연기된 가운데 인국공은 변경된 기일에도 불참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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