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가 수업 중 아동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했더라도, 불쾌감을 준 것 외에 정신건강이나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면 ‘정서적 학대’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벌금형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광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초등교사 A씨는 2022년 5월 수업 도중 한 아동이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어두라’는 지시를 따르지 않자 해당 아동의 휴대전화를 압수했다. 이후 휴대전화를 압수당한 아동이 책상을 치며 짜증을 내자, A씨는 다른 학생들이 있는 가운데 “이런 싸가지 없는 새끼가 없네”라는 발언을 했다. 이에 A씨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아동에게 정서적 학대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의 발언이 정서적 학대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를 선고했다. 선고유예는 유죄를 인정하되 형의 선고를 일정 기간 미루고, 그 기간 사고 없이 지나면 형의 선고를 면제하는 제도다. 재판부는 “A씨의 발언은 훈육의 목적이나 범위를 일탈해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거나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있는 정서적 학대”라며 “당시 A씨에게는 적어도 미필적으로 그 범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2심 재판부도 원심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A씨의 발언이 부적절하고 아동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는 행동으로 볼 수 있지만, 그 발언만으로 정신건강에 영향을 줄 위험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다”며 원심 유죄 부분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발언의 계기가 된 아동의 행위는 담임교사인 A 씨의 교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A씨는 담임교사로서 피해아동에 대한 지도행위에 관해 일정한 재량권을 가지고 그 자리에서 바로 잘못을 지적하고 훈계·훈육 등의 조치를 취한 것이 재량권 범위를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피해아동에게 보인 태도, 피해아동의 성향, 발언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해당 발언이 아동의 인격을 직접적으로 비하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아동을 따끔히 지적해 진정시키려는 의도 또는 교육 현장의 세태와 어려움 속에서 나온 혼잣말이나 푸념으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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