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생의 카드 이용액과 결제 건수가 빠르게 늘면서 카드사들이 청소년 전용 상품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체크카드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신용카드까지 선택지가 확장되며 시장이 한층 넓어졌다.
청소년의 소비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카드사들이 적극적인 ‘청소년 마케팅’에 나섰다. 카드사들은 청소년 소비력 확대를 미래 고객을 조기 확보할 기회로 보고 있다. NH농협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중·고생 1인당 연간 체크카드 결제금액은 175만원으로 2020년 대비 약 30% 증가했다. 연평균 결제 건수는 262건에 달했다. 하루 두 번 이상 카드를 쓰는 비중도 같은 기간 18%에서 29%로 높아졌다. KB국민카드 분석에서는 14~19세 학생의 월 평균 체크카드 이용액은 2019년 12만1600원에서 2024년 14만 7900원으로 21.6% 늘다. 월평균 이용 건수 역시 16.4건에서 18.5건으로 증가했다.
청소년 카드 사용이 일상화되면서 각 카드사는 각종 이용 혜택에 더해 캐릭터 디자인, 게임화 요소, 애플리케이션(앱) 기반 금융 교육 기능 등 다양한 전략을 담은 청소년 전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체크카드 시장에서 강세를 나타내는 은행계 카드사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말부터 '우리틴틴' 카드로 전국 CU편의점에서 결제시 특정 품목에 대해 최대 50% 할인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시작했다. 우리틴틴은 만 7세부터 18세까지 가입할 수 있는 청소년 전용 선불전자지급수단 서비스로 본인 명의 휴대폰을 통해 즉시 가입할 수 있고 △연락처 송금 △온라인 간편결제 △더치페이 △교통카드 △시간표 및 급식표 제공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제공한다.
KB국민카드가 올 5월 'KB 틴업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출시 3개월도 채 안돼 발급 10만 장을 돌파하며 호응을 얻고 있다. 틴업 체크카드는 '캐치! 티니핑' 캐릭터를 활용한 랜덤 디자인도 재미 요소로 더했으며, 청소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편의점·문구점·독서실·PC방 등 10대들의 주 사용처에서 5% 할인이 적용된다.
신한카드는 올 6월 10대 전용 플랫폼인 'SOL페이 처음' 앱을 론칭하고 교통카드 기능을 담은 '신한카드 처음'을 출시하기도 했다. 이용자는 결제·송금 등 대부분의 금융 서비스를 첫 화면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구성된 플랫폼을 통해 금융 생활을 즐길 수 있다. 10~18세라면 은행 계좌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발급이 가능하다.
이같은 흐름 속에 청소년을 위한 신용카드 시장도 열렸다. 현대카드가 출시한 지난해 말 출시한 ‘현대카드 틴즈'는 현대카드 보유 부모의 만 12~18세 자녀에게 신용카드 형태로 발급된다. 만 14세 이상은 애플페이 연동도 가능하다. 가족카드 방식으로 부모에게 이용내역을 실시간으로 발송한다는 면에서 자녀의 소비 습관을 관리할 수 있다는 이점을 지닌다.
카드사들은 저연령 고객들이 인생에서 처음 사용하게 되는 '첫 카드' 효과를 높게 평가한다. 점차 본업 경쟁환경이 악화하고 새 고객을 유치하는데 높은 비용이 발생하면서 미래고객 확보에 열을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첫 카드 발급 연령이 어릴수록 성인이 된 후 카드 이용률이 높고 브랜드와 서비스에 익숙해진 고객은 장기 충성 고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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