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간 러닝 열풍을 주도하며 가장 핫한 브랜드로 떠올랐던 '호카'와 '온'의 질주에 제동이 걸렸다. 반면 이들에게 왕좌를 위협받던 '나이키'는 화려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며 시장의 판도를 뒤바꾸고 있다.
러닝화 시장의 신흥 강자였던 호카와 온의 주가는 최근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호카를 보유한 덱커아웃도어의 주가는 1년 최고가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떨어졌고 온홀딩스 역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성장세 둔화다. 30%를 웃돌던 호카의 분기 성장률이 시장 기대치(14%)에 미치지 못하면서 성장 정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현지 전문가들은 유통 업체를 거치지 않는 '소비자 직접 판매(DTC)' 비중이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최근 호카와 온러닝 등 러닝화 관련주가 주춤하는 것은 중년층이 신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층의 소비가 끝나고 중년층이 해당 제품을 사용하기 시작하면 브랜드의 힙한 이미지가 사라지며 유행 사이클이 끝났다는 신호로 읽힌다는 것이다.
침체의 늪에 빠졌던 나이키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냈다. 지난해 10월 부임한 엘리엇 힐 CEO의 '스포츠 브랜드 정체성 회복' 전략이 시장에 통하기 시작한 것이다.
과거 나이키는 '에어포스 1' 등 라이프스타일 모델 재탕과 한정판 출시에 몰두하며 제품 혁신이 사라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 사이 호카와 온이 뛰어난 쿠셔닝을 앞세워 러닝화 시장을 잠식했다.
힐 CEO는 이러한 흐름을 과감히 뒤집었다. 디자인에 치중한 패션 운동화 대신 시장을 놀라게 할 혁신적인 기능성 러닝화, 농구화 등 본연의 제품군 강화에 집중했다.
그 결과 나이키의 2025회계연도 4분기(3~5월) 매출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고 실적 발표 후 주가는 10% 넘게 급등했다. 지난 4월 50달러대까지 추락했던 주가는 불과 석 달 만에 70달러 중반까지 치솟으며 3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특히 러닝 부문에서의 성과가 돋보였다. 전체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러닝 부문 매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 2월 선보인 러닝화 '보메로 18'은 출시 3개월 만에 1억 달러(약 1380억 원)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나이키의 기술력이 여전히 건재함을 증명했다.
JP모간 관계자는 "러닝화 '보메로 18' 등 신제품이 좋은 반응을 얻고 도매 주문이 회복돼 재고 부담이 줄었다"며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 제품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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