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에 4년 간 1000억 달러(약 140조 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애플이 4% 이상 오르면서 나스닥종합지수는 사상 최고가를 다시 쓰는 등 뉴욕 3대 증시가 일제히 강세로 마감했다. 전날 마감 직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사 자리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주도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지명됐다는 소식도 금리 인하 기대를 끌어올리는 호재로 작용했다.
8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06.97포인트(0.47%) 오른 4만 4175.61에 장을 마쳤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나스닥지수는 각각 49.45포인트(0.78%), 183.65포인트(0.87%) 상승한 6389.45, 2만1450.02에 거래를 마감했다. 나스닥지수는 장중 2만 1464.53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술주 가운데서는 미국 내 대규모 추가 투자로 반도체 관세 면제를 받게 된 애플이 4.24% 오르며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 이 밖에도 구글 모회사 알파벳(2.49%), 테슬라(2.29%), 넷플릭스(2.65%), 엔비디아(1.07%), 마이크로소프트(0.23%), 브로드컴(0.40%) 등 대다수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이 강세를 보였다.
이날 증시 상승은 지난 6일 미국 1000억 달러의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한 애플이 미국의 반도체 품목 관세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는 기대가 견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애플의 대미 시설투자 계획 발표 행사를 갖고 “미국 내 공장을 짓기로 약속했거나 지금 짓고 있는 중이라면 관세는 없다”며 “어떤 이유에서든 공장을 짓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짓지 않는다면 그때는 다시 계산해서 누적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초 애플이 인도 등 해외에 있는 아이폰 제조 기반을 미국으로 이전하지 않을 경우 최소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5월 중동 순방길 동행을 거부한 탓에 트럼프 대통령에게 수 차례 비난을 들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증시 강세에는 지난 7일 장 마감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후임으로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이 지명한 점도 힘을 보탰다. 마이런 지명자의 합류로 금리 인하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기대가 확산한 것이다. 마이런 지명자는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선임고문으로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을 보좌한 인물로 이후 헤지펀드에 몸담으면서 트럼프 2기 관세정책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 일명 ‘마이런 보고서’를 작성해 이름을 알렸다. 그는 연준의 정책 운용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없다며 연준이 빨리 금리 인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월가에서는 그가 미셸 보먼 금융감독 담당 부의장,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함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진영에 합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마이런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거쳐 쿠글러 전 이사의 잔여 임기인 내년 1월 31일까지만 연준 이사직을 맡는다. 마이런 지명자가 9월에 임기를 시작할 경우 FOMC의 기준금리 결정 투표에 최대 4차례(9월 16~17일, 10월 28~29일, 12월 9~10일, 내년 1월 30~31일)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경제 분야에 대한 그의 전문성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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