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 없는 폭염이 대한민국의 여름 풍경을 바꾸고 있다. 과거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양산이 이제 남성들의 손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새로운 필수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역대급 폭염이 이어지면서 양산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달 양산 매출은 작년 7월에 비해 60% 증가했으며 다른 백화점들 역시 40~60%대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업계는 이러한 매출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남성 소비자들의 대거 유입을 꼽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에서는 지난 7월 남성 고객의 양산 검색량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83%나 폭증하며 남성들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했다.
남성들이 양산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단연 실용성이다. 소나기 예보에 우산을 챙겼다가 예상치 못한 폭염에 양산 대용으로 쓰는 50대 직장인부터 선크림의 백탁 현상이나 끈적이는 사용감이 싫어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양산을 선택하는 20대까지 그 이유는 다양하다.
남성들이 주로 선택하는 양산은 디자인이 화려하기보다는 기능성에 초점을 맞춘 어두운 단색 계열이 주를 이룬다. 이는 양산을 멋내기용 액세서리를 넘어 피부 건강과 탈모 관리 등 실질적인 필요에 의해 사용하는 보호 장비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립국어원도 2021년 양산의 사전적 의미에서 '주로, 여성들이'라는 표현을 삭제하며 양산이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아님을 공식화했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의 양산 사용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남성들의 양산 사용은 더욱 보편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