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대표하는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을 개발할 정예팀에 네이버클라우드·업스테이지·SK텔레콤(017670)·NC AI·LG AI연구원이 선정됐다. AI 상용화 경험을 갖추고 신형 우수 AI 모델을 제안할 수 있는 경쟁력이 주된 선발 기준으로 작용했다. 이들 기업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데이터, 인재 등을 지원받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AI 서비스 개발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정부는 2개팀으로 최종 압축될 때까지 평가를 지속적으로 진행해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글로벌 AI 사업자 도약에 힘을 싣겠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일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참여한 15개팀을 대상으로 서면 및 발표 평가를 진행해 5개 정예팀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서면 평가를 통과한 10개팀을 대상으로 지난달 진행된 발표 평가에선 △AI 모델 개발 경험과 기술력 △개발 목표 및 전략 △사회 파급효과 및 기여 계획 등이 중점적으로 평가됐다.
송상훈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해외 AI 모델을 미세 조정(파인 튜닝)하지 않고 프롬 스크래치(독자 설계·개발) 역량을 주된 선발 기준으로 고려했다”면서 “새로운 AI 모델 구조를 제안하고 실제로 구현한 경험이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검증됐는지도 중요하게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프롬 스크래치란 사전 학습된 모델이나 데이터 없이 처음부터 AI 모델을 구축하고 학습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독자 AI 모델 적용 확대를 위한 오픈소스 형태의 기술 개방 수준도 정예팀 당락을 가르는 기준으로 작용했다.
선발된 정예팀은 해외 생성형 AI와 비교해 뒤지지 않는 성능을 과시하며 기술력을 입증한 바 있다. LG AI연구원이 지난달 공개한 ‘엑사원 4.0(EXAONE 4.0)’은 글로벌 AI 성능 분석 전문 기관인 ‘아티피셜 어낼리시스’의 인텔리전스 지수 평가에서 한국 모델 기준 1위, 종합 글로벌 11위를 기록했다. LG AI연구원·LG유플러스(032640)·LG CNS·퓨리오사AI 등이 참여한 LG 컨소시엄은 글로벌 최고 수준의 최신 프런티어 AI 모델 대비 100% 이상의 성능인 ‘K-엑사원’을 개발해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예팀들은 ‘국민 AI 서비스’ 출시도 목표로 삼았다.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은 전 국민 AI 서비스 플랫폼을 운영하며 전 국민 체험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개방형 플랫폼인 AI 에이전트 마켓플레이스를 통해 누구나 AI 에이전트를 개발·등록·유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텍스트·이미지·오디오·영상 등 이종 데이터의 통합 이해·생성이 가능한 단일 모델 구축을 내세웠다. 업스테이지 컨소시엄은 3년간 대국민 AI 서비스를 제공해 사용자 수 1000만명 이상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선발팀 중 유일한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는 한국어·영어·일본어·동남아 언어에 대응할 수 있는 거대언어모델(LLM)을 선보일 계획이다.
다양한 산업 분야로의 AI 확산 가능성도 당락에 영향을 미쳤다. SK텔레콤 컨소시엄에는 국내 최대 게임 상장사 크래프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계열사 포티투닷(42dot), AI 반도체의 일종인 신경망처리장치(NPU) 제작사 리벨리온 등이 참여했다. NC AI 컨소시엄 또한 특정 분야에서 운영, 자동화가 가능한 AI 플랫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과기정통부는 올해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민간이 보유한 GPU를 빌려 1576억 원 규모를 지원하고 그 이후부터는 정부 구매분 1만장을 활용해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정예팀은 국가기록원·국사편찬위원회·통계청·특허청·방송국 등 기관 데이터를 공동 구매하거나 개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 반기마다 1개팀씩 탈락해 2027년 2개팀이 최종 선정될 예정이다. 장기철 과기정통부 인터넷진흥과장은 “글로벌 벤치마크와 데이터셋 성능 테스트, 대국민 평가가 향후 경쟁에서 종합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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