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 닥친 가운데 수도 테헤란의 수돗물 공급이 끊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정부는 물을 아끼기 위해 절수를 요청하고 있지만 당장 비가 오지 않으면 대규모 단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이란의 주요 저수지들이 빠르게 말라가고 있다. 원래 물이 많은 국가는 아니지만 기록적 폭염과 가뭄이 이어지며 사용할 수 있는 물이 줄어들고 있다. 최근 강수량은 평년 대비 40% 이상 줄었다.
인구 1000만명에 달하는 수도 테헤란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물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지하수가 남용돼 도심 일부 지역의 지반이 침하하는 사고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은 개인 물탱크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미 수압이 약한 고층 세대는 물이 자주 끊기고 있다.
이란 정부는 테헤란을 포함한 전국 여러 지역에 하루 동안 공휴일을 선포하기도 했다. 전력과 물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서다. 파테메 모하제라니 이란 정부 대변인은 "테헤란 시민들이 도시를 일시적으로 떠나 물 사용량을 줄일 수 있도록 일주일간 공휴일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장 비가 오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닥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과거 이란 환경부 부국장을 지낸 카베 마다니 유엔대학교 물·환경·보건연구소장은 "몇 주 안에 '데이 제로'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 제로는 수돗물 공급이 제한되고, 하루 물 사용량이 '0'에 가까워지는 상황을 말한다.
아미르 아가쿠착 UC어바인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도 CNN에 "과도한 지하수 취수, 비효율적인 농업 등 인간 활동이 이 지역을 '물 파산' 상태로 몰아넣었다"고 지적했다.
아가쿠착 교수는 전체 경제 구조를 개편해 전체 물 사용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물 집약적 농업을 줄이고, 물 사용량이 적은 산업과 서비스 위주로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경제적·정치적으로 고통이 크고, 현재 정부 체제나 대이란 제재 상황을 감안할 때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이어 "이란의 물 위기는 환경적·기술적인 문제를 넘어서 정치적·구조적인 문제"라며 "물 위기는 통치 위기와 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마다니 소장은 "테헤란이 가을비가 내리는 9월 말까지 버티면 '데이 제로'를 피할 희망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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