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돕겠다는 취지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발급한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여전히 사용처 기준이 모호해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정부가 일괄적으로 카드사의 가맹점 정보를 받아 소비쿠폰의 사용처를 등록하다 보니 사업의 취지와 맞지 않는 곳들이 등록됐거나, 영세사업자임에도 불구하고 제외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사용처는 300만 개 가량으로 집계됐다. 행안부는 지난 21일부터 전 국민 1인 당 15만~40만 원을 우선 지급했으며, 9월 22일부터 2차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앞서 행안부는 지방자치단체 별로 소비쿠폰의 사용처와 사용이 불가능한 곳들의 리스트를 보내 공지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가게들도 주류 판매업을 신고한 경우 유흥주점으로 분류돼 사용처에서 제외된 곳이 다수 발생했다.
정부의 원칙 상 술을 판매하는 가게라고 하더라도 연 매출 30억 원 미만일 경우 일반음식점이나 주점으로 분류가 되더라도 사용이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행안부가 카드사 9곳으로부터 가맹점 정보를 제공받다보니 카드사 별로 등록된 업체들의 업종구분 차이로 일반 음식점이라고 하더라도 유흥주점으로 분류돼 사용처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신촌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수입주류를 판매하기 위해 주류판매업을 등록했다. 그러나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돼 지방자치단체에 문의를 했으나 명확한 대답을 받지 못했다. 실제로 신촌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매장 10곳 중 3~4곳 가량이 유흥주점으로 분류돼 소비쿠폰 사용처 제한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매출 30억 원 이하 매장' 기준 산출 시에도 자영업자들 간에 혼동이 발생하고 있다. 행안부는 올 2월 기준으로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에 따라 사용처를 구분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 사업자는 지난해 1월과 7월 신고 과세표준의 합산을, 없는 경우 2023년의 수입금액으로 매출액을 판단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사업자다. 지난해 신규로 개업한 사업자는 카드매출액을 연환산 해 22억5000만 원 이하인 경우 영세사업자로 분류한다. 초기 매출로 연환산을 하다 보니 오픈 마케팅 등으로 ‘반짝 매출’을 낸 경우 일반가맹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일부 사단법인들이 소비쿠폰 사용처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사단법인한국숲해설가협회, 사단법인빌딩스마트협회, 사단법인국제해양법학회, 사단법인한국조명디자이너협회 등도 사용처에 포함돼 있다. 사단법인의 경우 회비, 학회 참가비 등으로 사용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이에 행안부는 학회, 학술단체, 사단법인 등을 사용처에서 제외시키고, 지자체 별로 사용처 리스트에서 누락된 곳들에 대해 이의신청을 수시로 접수받고 있다. 서울시가 각 구청들에게 사용처 누락 리스트를 받아 행안부에 건의를 하면 매장 연 매출, 사업자 등록증 등을 검토해 사용처에 다시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하지만 수기로 진행돼 실제로 수용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실내포차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 B씨는 “소비쿠폰은 초기에 소진율이 커 신속하게 마케팅을 하는 것이 중요한데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다”며 “같은 동네 실내포차들도 일반주점으로 등록이 돼 있지만, 우리만 결제가 안 되는 탓에 매출에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카드사 별로 업종구분 차이로 사용처 포함 여부가 상이한 것”이라며 “매일 이의제기를 받아 확인을 거쳐 등록처 수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단법인, 학회, 학술단체 등이 카드사 가맹점 정보를 넘겨받는 과정에서 소비쿠폰 사용처로 등록이 됐지만, 이를 제외했다”며 “소비쿠폰 취지에 맞게 사용처를 필터링하는 작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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