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미국 공화당 정치인들의 투자 종목을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민주당 추종 ETF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의원들이 주요 빅테크 기업 등 성장주에 집중 투자한 반면, 공화당 의원들은 비트코인부터 에너지·금융 등 다양한 가치주에 분산 투자한 결과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9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공화당 소속 상하원 의원들이 투자한 종목을 따라 투자하는 ‘언유즈얼 서버시브 공화당 ETF(티커명 GOP)’ 수익률은 올 들어 10.64%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민주당 ETF(NANC) 수익률 10.33%를 제친 것이다. 최근 한 달 수익률도 공화당의 GOP ETF(3.04%)가 민주당의 NANC ETF(1.41%)를 웃돌고 있다.
미국 연방 의회 의원들은 2012년 제정된 주식거래금지법(STOCK Act)에 따라 본인이나 배우자가 1000달러 이상 주식을 거래하면 45일 안에 의회 사무처에 거래 내역을 보고해야 한다. 2023년 2월 상장된 GOP ETF와 NANC ETF는 의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양당 의원들의 투자 종목을 추종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상품이다. NANC는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을 지칭하고, GOP는 공화당을 일컫는 ‘원로당(Grand Old Party)’에서 따온 티커명이다.
양당 의원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는 극명하게 갈린다. NANC ETF는 엔비디아(10.6%), 마이크로소프트(8.2%), 아마존(5.4%), 알파벳(4.1%), 세일즈포스(3.6%) 등 매그니피센트7(M7) 같은 성장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반면 GOP ETF는 비트코인 현물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즈 비트코인 ETF(5.1%), 컴포트 시스템즈(5.0%), JP모건 체이스(4.8%), 엔비디아(3.5%), AT&T(2.6%) 등 비트코인·금융·통신 등을 고르게 편입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NANC ETF는 GOP ETF 대비 수익률이 크게 높았다. 올해 M7 독주가 멈추고 가치주 등이 시장 전반에 강세로 나타나면서 수익률이 역전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GOP ETF 내 비중이 두 번째로 많은 공조 업체 컴포트 시스템즈 주가는 올 들어 60.5%나 급등했다.
자국 주식에 적극 투자하는 미국 정치인들과 달리 국내 정치인들은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구성돼 있다. 올해 3월 공개된 국회의원 등 국회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 내역에 따르면 전체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5.7%로 증권(24.2%)을 크게 웃돈다. 안랩 주식 등 1368억 원을 보유한 안철수 의원을 제외하면 부동산 비중은 89.1%로 높아지고 증권은 10.7%로 낮아진다. 이마저도 해외주식을 합산한 수치로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더 떨어질 수 있다.
현행법상 재산공개 대상자는 보유 주식 가액이 3000만 원을 초과하면 두 달 안에 매각하거나 백지신탁을 해야 하는 등 투자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에 쏠린 자금을 증시로 이동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정치인들도 부동산 대신 국내 주식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KODEX 200’, ‘TIGER 200’, ‘KODEX 코스닥150’ 등 국내 대표 시장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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