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을 전후해 일본 전통 문화를 주제로 한 축제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문제의 축제는 경기도 동두천에서 이달 26일부터 다음 달 17일까지 열리는 ‘니지모리스튜디오 나츠마츠리 여름축제’다. 일본 정통 여름축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체험형 행사로, 니지모리 측은 이를 대표 여름 프로그램으로 소개하고 있다.
축제 메인 프로그램에는 사무라이 결투 퍼포먼스인 ‘육지전·수상전’, 매일 밤 진행되는 DJ 파티, 일본 전통 가마를 운반하는 미코시 행렬,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와 소원등 띄우기 등이 포함돼 있다. 부대 행사로는 엔카(演歌) 라이브 공연, 불꽃 스파클러 체험이 운영된다.
입장료는 평일 2만 원, 주말 및 공휴일은 2만5000원이다. 축제 기간 동안은 공휴일이 단 하루뿐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날이 광복절이다. 해방을 기념하는 날, 평일보다 더 비싼 값을 치르고 일본 전통축제를 즐겨야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광복절은 1945년 대한민국이 일본 식민지 지배에서 벗어나 주권을 회복한 날로, 해방과 독립의 상징적 기념일이다. 이 때문에 일본 문화·상징을 전면에 내세운 축제가 그 시기에 열리는 것 자체가 국민 정서와 충돌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정표대로라면 광복절 당일에는 오후 1시 30분부터 사무라이 결투 수상전이 세 차례 이어지고, 오후 4시 30분에는 일본 맥주 브랜드와 함께하는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가 열린다. 이어 5시 30분에는 전통 기모노와 코스프레 콘테스트가 무대를 채우고, 저녁에는 가수 공연과 DJ 파티가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밤 8시 20분에는 료칸 숙박권 경품 추첨과 함께 불꽃놀이가 펼쳐지고, 행사의 마지막은 소원등을 띄우는 퍼포먼스로 마무리된다.
결국 광복절 하루가 사무라이·기모노·일본식 불꽃놀이로 이어지는 모순적 풍경이 연출되는 것이다.
이 축제는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대한민국 구석구석’ 홈페이지에도 소개돼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서울경제에 “해당 홈페이지는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모든 축제를 소개하는 플랫폼”이라며 “축제 주관사가 자료를 제출하면 검수를 거쳐 등록해주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축제를 홍보할 의도는 없었다”고 덧붙였다.
관광공사는 또 “안전계획 수립 여부와 지자체나 주관사가 명확한 경우 등 기타 기준이 있는데, 등재된 정보 중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 8월 1일부터 미표출로 규정하고 있다”며 “해당 축제도 규정에 맞지 않아 7월 31일까지만 표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축제 주최사들에는 이미 이 같은 내용이 공지된 상태다.
한편 해당 축제의 주최사에도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역사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일본 전통축제가 공공기관 플랫폼에 버젓이 노출된 점에 대해 일각에서는 “시기와 상징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축제 시기와 내용 모두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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