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를 입은 근로자의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에는 산재보험금을 먼저 공제한 뒤 과실 비율을 따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근로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패소 판결을 일부 파기하고 사건을 중앙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1년 건설현장에서 그라인더로 작업하던 중 왼팔에 중상을 입었다.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에 따라 A씨의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장해급여 약 5400만 원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산재보험금으로 모든 손해가 보전된 것이 아니다”라며 회사를 상대로 잔여 손해액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회사 측이 근로자에 대한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다만, A씨의 부주의도 사고의 원인 중 하나라고 판단해 회사 측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액 산정 방식을 ‘과실 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는 과실 비율을 먼저 적용한 뒤, 그 이후 산재보험금을 공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 따르면 A씨의 과실인 30%를 상계한 후, 장해급여를 공제하면 남는 손해액이 없어 별도의 배상은 불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에 양측은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단을 유지하고 항소를 기각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을 달랐다. 대법원은 산재보험금을 손해액에서 먼저 공제한 뒤 과실 비율을 따지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제3자의 개입 없이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인해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 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근로복지공단이 재해근로자를 대신해 과실비율에 해당하는 보험금을 종국적으로 부담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이러한 경우에도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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