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신적 피해를 입은 시민들에게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의 위법하고 고의적인 불법행위로 국민들이 공포와 불안을 명백히 겪었다고 봤다. 법조계는 이번 법원 판결을 계기로 향후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단독 이성복 부장판사는 25일 이금규 변호사 등 104명이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만 원 및 이에 대한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측이 청구한 1인당 위자료 10만 원 전부가 인용됐다.
재판부는 “피고의 비상계엄 선포 및 조치 사항을 지켜본 대한민국 국민들인 원고들이 당시 공포와 불안, 불편함, 자존감 손상, 수치심 등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음은 경험칙상 명백하다”며 “피고는 원고들에게 정신적 위자료를 지급할 필요가 있고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인 10만 원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위법성과 고의성을 갖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당시 비상계엄 선포는 실체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위헌·위법행위”라며 “그 과정에서 피고가 보인 적극적 태도,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결의 이후에도 보였던 해제에 대한 소극성, 헌법재판소의 파면 사유 등을 고려할 때 민법 제750조에 따른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적 손해와 비상계엄 선포 사이의 인과관계도 인정됐다. 앞서 원고 측은 무장한 계엄군의 출동과 위협적 행위로 생명과 신체에 대한 위협을 받았고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그에 따른 일련의 조치를 통해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 등 국가기관의 기능이 마비됐고 국민의 생명권과 자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해야 할 대통령의 책무를 피고가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윤석열 내란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 소송 준비모임’이 지난해 12월 10일 중앙지법에 제기한 것이다. 해당 모임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당시 국회 측 대리인이었던 이금규 변호사가 꾸렸다.
이번 법원 판결은 윤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된 비상계엄 관련 손해배상 소송 중 첫 판단이다. 이에 따라 유사한 소송 제기가 늘고 이미 제기된 다른 소송에서도 원고 측이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올 5월에는 민생경제연구소 등 4개 단체가 계엄 사태로 인한 중소상공인 피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임동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발생한 손해배상에 대한 청구는 인과관계 입증 부분이 쉽지 않다”면서도 “위자료 청구에 대해서는 법원이 선례를 만들어놓은 만큼 다른 유사 사건을 담당하는 재판부들도 이를 충분히 참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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