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르포] 3400마력 바람 터널에 폭설·폭염 테스트까지…전기차 개발 ‘심장’ 남양연구소

8.4m 송풍기로 시속 200㎞ 바람

정밀 실험에 세계 최저 기록 달성

공력 관리로 주행거리 확보 목표

영하 20도~영상 60도까지 점검

노면 환경 가상 구현해 주행 시험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찰그룹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의 메인 팬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23일 경기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 정문에서 4km 떨어진 공력시험동에 들어서자 직경 8.4m의 송풍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날개 하나만 해도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기는 이 장비는 직원들 사이에서 '공력시험동의 심장'으로 불린다. 3400마력의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송풍기는 팬과 벽면 틈 공간을 1㎝ 수준으로 제한해 시속 200㎞의 바람을 뿜어낼 수 있다. 현대차(005380)그룹 관계자는 "아파트 1200세대가 에어컨을 동시에 사용하는 것과 같은 전력을 소모한다"며 "투입하는 비용이 큰 만큼 차량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형 송풍기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바람은 거대한 터널을 통과해 현대자동차의 공력 시험에 사용된다. 실제 도심 및 고속 주행 시 차량이 받는 공기 저항을 실내 공간에서 그대로 재현해 보다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테스트 차량을 정밀한 원판형 저울 위에 올리고, 바람에 의해 차량이 받는 항력·횡력·양력 등 다양한 공력 값을 측정한다. 실차 주행과 최대한 유사한 조건을 구현하기 위해 바퀴 아래 뿐만 아니라 지면 움직임까지 모사한 바닥 벨트도 함께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공력시험동에서 아이오닉 6 차량으로 유동 가시화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이 공력시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공력 관리가 곧 전기차의 성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차량이 고속 주행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가장 많은 비중(41%)은 공기 저항을 극복하는 데 쓰인다. 저속 주행 상황에서도 바퀴로 인한 저항(26%) 다음으로 공기 저항이 19%를 차지한다. 공력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는 구조다. 박상현 현대자동차·기아 남양연구소 공력개발팀장은 “공기저항계수(Cd)를 0.01만 낮춰도 주행거리가 6.4㎞ 늘어난다”며 “전동화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더욱 중요해지는 분야”라고 강조했다.

25년간 축적된 공력 시험 노하우는 최근 ‘에어로 챌린지 컨셉카’ 개발로 이어졌다. 아이오닉6 기반의 이 차량은 세계 최저 공기저항계수 기록을 갈아치우며, 기존 중국 체리자동차의 기록(0.168)을 훨씬 밑도는 0.144를 달성했다. 유선형 디자인은 물론 앞뒤 하부 곡률을 달리한 독특한 커버링 방식, 리어 스포일러·사이드 블레이드·리어 디퓨저 등 3가지 액티브 부품이 정밀하게 작동한 결과다.



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 환경시험동 강설챔버에서 아이오닉 9 차량에 강설 시험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환경시험동에서는 극한 환경 속 차량 성능을 시험하는 테스트가 한창이었다. 섭씨 50도의 중동 지역을 구현한 ‘고온 환경 풍동 챔버’와 영하 20도의 눈 내리는 날씨를 재현한 ‘강설·강우 환경 풍동 챔버’가 나란히 가동되며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는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하고, 공조 회로도 복잡해진 만큼 더욱 정밀한 시험이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분야인 만큼, 설계팀·해석팀·리서치팀이 한 연구실(랩) 안에서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R&H(주행 및 핸들링) 성능개발동에서는 전기차와 내연기관차 등 동력 방식과 관계없이 차량의 기본기를 담당하는 주행 성능 시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그 핵심 설비 중 하나인 ‘핸들링 주행시험기’는 실제 글로벌 노면 환경을 가상으로 구현해 차량의 주행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장비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반복 실험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이 시험기는 전 세계에서 남양연구소를 포함해 단 두 곳에만 설치돼 있다.

김성훈 주행성능기술팀 연구원은 “실제 주행 없이도 이 시험기를 이용하면 다양한 노면 조건과 한계 상황을 반복적으로 시험할 수 있다”며 "특히 스티어링 응답이나 차량의 거동을 정밀하게 측정하고 분석하는 데 큰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 R&H성능개발동 핸들링주행시험기에서 코나 일렉트릭의 핸들링 특성을 시험하는 모습. 사진제공=현대차그룹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