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디스플레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있는가? 아침에 일어나려면 알람을 끄기 위해 스마트폰 화면부터 열어야 한다. 지하철이나 택시 안은 물론 출근해 마주하는 모니터, 노트북, 태블릿에서 퇴근 후 여가를 누리는 TV에 이르기까지 디스플레이는 기기와 인간을 잇는 매개체다.
디스플레이 시장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K디스플레이’ 기업이 세계 1등이다. 장인 정신 기반의 기술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일본 전자 기업도, 대표적 프리미엄 시장인 북미·유럽 시장 내 전자 기업들도 디스플레이로는 K디스플레이 제품을 최고로 인정한다.
열흘 넘어가는 붉은 꽃은 없다고 했다 (화무십일홍, 花無十日紅).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이 위태롭다는 지적이 나온 지 오래다. 중국의 추격이 거세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의 기술이나 제품 경쟁력이 뒤처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경쟁을 벌이는 운동장이 기울어진 탓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류는 액정디스플레이(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로 바뀌는 기술 전환 국면에 접어들었다. 단순한 기술 발전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시각이다. LCD는 OLED 대비 상대적으로 기술 진입 장벽이 낮다.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다양한 전략과 막대한 투자 지원책을 토대로 시장에서 저가 공세를 벌여왔다. 그 결과 LCD 산업은 중국에 넘어갔다.
한국은 세계 최초로 OLED를 양산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지만 중국은 정부 차원으로 OLED 또한 육성 중이다. 이에 LCD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생존 전략은 처절하다.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불공정 경쟁을 지속해 온 후발 주자를 향한 경고장도 날리기 시작했다. 중국을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도 여러 건을 진행 중이다.
디스플레이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다. 인공지능(AI)시대에 미래 산업의 핵심 인터페이스 역할을 하는 전략 자산이다. 정보기술(IT) 기계뿐만 아니라 모빌리티, 항공, 방산 등 국가 핵심 분야와 연관성이 밀접하다.
한국이 무너지면 전세계가 중국 제품을 사용하고 그렇게 되면 국가 안보, 개인 정보, 고용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국가 지원이 필요한 '골든 타임'이다. 실효성을 위한 법제화 차원으로 디스플레이 특별법 추진이 시급하다. 구체적으로 국가전략기술의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연장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현 10년인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이월 기간을 20년으로 연장하는 지원책이 그 예다.
또 직접환급제(다이렉트 페이) 도입이 필요하다. 직접환급제란 첨단기업의 투자세액공제액을 현금으로 직접 환급해주는 제도다. 대규모 투자를 적기에 집행해야 하는 첨단산업의 특성상 세액공제 수혜는 즉각적으로 받을 수 있어야 정책효과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다.
디스플레이 대기업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도록 미국 등 다른 선진국이 시행 중인 지원책 이상 또는 중국의 막대한 지원책에 비견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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