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상승세에 힘입어 증권사의 일임형 랩어카운트 시장도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프라이빗뱅커(PB)와의 직접 소통이 가능한 지점운용형 상품에 자금이 몰리면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5월 말 기준 전체 랩어카운트 계약 자산(평가금액)은 83조 3971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초 조정장 속 3월 저점(80조 3199억 원) 대비 3조 7000억 원 이상 증가한 수치다. 랩 계약 건수도 206만 863건으로 안정적인 증가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고객이 금융회사와 투자 일임 계약을 맺고 자산운용을 맡기는 서비스다. 증권사가 제시하는 모델 포트폴리오에 따르는 ‘본사형 랩’과 지점 PB가 개별 투자자의 요구에 따라 직접 운영하는 ‘지점형 랩’으로 나뉜다. 수수료는 선취·후취 등의 방식으로 일괄 계약되며 계약 이후 발생하는 매매에 대해서는 별도의 주문 수수료가 들지 않는다. 고객 입장에서는 한 번의 수수료 계약으로 다양한 테마와 종목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어 증시를 주도하는 테마의 변동성이 큰 활황장에서는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점운용형 랩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PB가 고객과 직접 소통하는 지점형 랩은 시장 대응의 유연성과 맞춤형 전략이 강점이다. 지난해 8월 7조 9400억 원 수준이던 지점형 랩 자산은 매달 꾸준히 증가해 올 5월에는 8조 8941억 원을 기록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랩어카운트는 한 번의 수수료 계약만으로 다양한 종목과 테마에 대응할 수 있어 매매가 잦은 순환매 장세에 특히 적합하다”며 “특히 고액 자산가뿐만 아니라 소액 투자자 사이에서도 지점형 랩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수수료 구조의 변화도 이 같은 성장세를 이끄는 배경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PB들조차 지점형 랩 운용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었다. 개별 종목을 매매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위탁매매 수수료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오히려 랩 계좌를 통한 전략적 운용이 PB와 고객 모두에게 더 유리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본사운용형 랩 자산도 반등세를 보이고 있다. 5월 말 기준 본사형 랩 계약 자산은 74조 5532억 원으로, 3월 이후 두 달 연속 증가했다. 본사형 랩은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운용되며 정형화된 모델 전략과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에 따라 보다 보수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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