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이외 국가에도 인공지능(AI) 인재 확보의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도 AI G3 도약을 위해 인재 유치에 적극 뛰어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글로벌 AI 인재 흐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미국에 3만 2000명 이상의 AI 인재가 해외로부터 순유입됐다. 이는 올해 기준 전체 미국 AI 인력(약 48만 8000명)의 7%에 해당하는 규모다. 미국으로 간 AI 인재 다수는 테크 기업에서 AI 관련 직무의 약 40%를 담당하는 핵심 인력으로 활동 중이다.
다만 최근 2년간 채용 둔화, 이민 정책 강화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미국의 AI 인재 유입은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 따라 미국 대학 연구 자금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미국 국립과학재단, 국립보건원 예산이 각각 56%, 40% 삭감되면 혁신 인재 유입이 더 위축될 것으로 예측된다.
BCG는 최근 추세가 미국이 아닌 중견국들이 AI 인재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수 있는 전략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글로벌에서 인재 유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외국인 연구자 유치에 향후 2년간 약 5억 8500만 달러(약 8200억 원)를 배정했고 프랑스는 미국에 있는 연구자를 자국으로 유치하기 위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영국도 7000만 달러(약 980억 원) 규모의 연구자 유치 프로그램 도입을 준비 중이며 호주과학원은 이주 지원 패키지를 포함한 글로벌 인재 유치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일본은 오사카대를 중심으로 유학생 대상 장학금, 연구비, 이주 지원을 확대 중이다.
미국 기업들은 개별로 인재 확보에 열중하고 있다. 메타는 인간을 뛰어넘는 AI 개발을 위해 ‘초지능 연구소’(Superintelligence Labs)를 설립하고 인재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메타는 AI 스타트업 스케일AI에 143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하고,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알렉산더 왕을 영입했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에서 거액을 들여 연구원 10여명을 빼내 가는 등 AI 인재들을 대거 영입하고 있다. 애플 출신 뤄밍 팡과 마크 리, 톰 건터도 메타에 합류한다.
이재명 정부는 아직 새로운 AI 인재 확보 정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이 지난달 임명된 데 이어 배경훈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달 17일 취임함에 따라 정책 수립이 본격화될 것으로 분석된다.
하 수석이 공동대표를 맡던 바른 과학기술 사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과실연)은 이번 대선에서 글로벌 최고의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파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 최고 수준 연구자 2000명 가운데 100명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매년 50명의 해외 우수 AI 인재에게 비자를 발급하고 정착을 지원하는 ‘패스트트랙 비자’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또 주요 AI 선진국에서 활동하는한국 AI 과학자들의 역이민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또 AI 분야 전문가를 학교와 기업 동시소속으로 허용하고 파격적 보상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병역특례 확대와 이스라일 ‘탈피오트’ 모델을 참고한 AI 전문사관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역량을 갖춘 연구자들이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국가 초지능연구소’(ASI)와 ‘과학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국가 과학 AI 연구소’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승일 과실연 공동대표(모두의연구소 대표)는 올해 4월 30일 “한국이 AI 3대 강국(G3)으로 도약하기 위해서 최고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진석 BCG 코리아 AI&디지털 대표(MD 파트너)는 “지금은 한국이 글로벌 인재 흐름의 변화를 활용해 AI 인재 전략을 재정비할 기회이며 정책 및 기업 차원의 전략적 대응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는 “한국에게 중요한 것은 AI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구현해 낼 수 있는 실행 역량”이라며 “제조·금융·의료 등 각 산업의 특성과 문제를 깊이 이해하고 AI를 실질적으로 접목할 수 있는 융합형 실무 인재, AI를 실제 서비스로 구현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실전형 개발 인재에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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