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국내 화장품 용기 및 디스펜서 제조사 삼화를 8000억 원에 인수한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TPG는 삼화를 인수한 지 1년 반 만에 세 배 가까운 값에 매각하며 높은 투자 성과를 거두게 됐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TPG는 최근 KKR과 삼화 지분 100% 매각을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거래 금액은 약 8000억 원으로, 그동안 TPG가 수령한 배당 등을 포함하면 TPG는 2023년 12월 삼화를 3000억 원에 인수한 지 불과 1년 반 만에 약 9000억 원을 회수하게 됐다. 내부수익률(IRR)은 7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화는 1977년 금형제조사인 삼화금형사로 출발해 화장품 보틀과 디스펜서를 제조하는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펌텍코리아, 연우와 함께 국내 3대 화장품 용기 제조사로 꼽히며, 전체 시장의 약 17%를 점유하고 있다. 특히 디스펜서 부문에서는 분사량 조절, 누수 방지, 잔여물 배출 등 핵심 기술에서 글로벌 수준의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TPG는 2023년 말 삼화를 인수하며 ‘펌프에 진심인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과거 삼화는 흔한 플라스틱 용기 제조사로 인식됐지만, TPG는 수익성이 낮은 범용 보틀 비중을 줄이고 고부가가치 디스펜서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했다. 이와 함께 사내 관계사 구조로 분산돼 있던 지배구조를 통합하고, 회계·재고 시스템을 정비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했다.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를 거친 김준배 사장을 영입하는 등 전문경영인 체제도 구축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과 전략 재편은 빠르게 성과로 이어졌다. 글로벌 고객사 증가에 힘입어 인수 첫 해 140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은 이듬해 314억 원으로 뛰었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LVMH 등 해외 뷰티 대기업 비중은 삼화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며, 경쟁사 대비 내수 의존도가 낮아 높은 성장성과 안정성을 인정받았다.
이런 흐름에 힘입어 TPG는 2024년 2850억 원 규모의 자본재구조화(리캡)를 단행, 일부 투자금 회수에 성공했고, 올해 본격적인 매각에 나섰다. 블랙스톤, 칼라일 등 글로벌 대형 PEF들이 인수전에 뛰어들었지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낸 KKR이 최종 인수자로 낙점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단순한 단기 차익 실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보고 있다. 특히 K-뷰티 산업의 기반을 구성하는 산업재와 ODM 분야에 집중해 안정적인 성장성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침체된 국내 중견기업 M&A 시장에서 PEF가 저평가 된 기업을 발굴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하고, 글로벌 유수의 PEF와 기업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한 사례로 꼽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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