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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축사를 운영하던 노부부와 작가의 꿈을 앗아간 산청 산사태

산사태로 3명 사망자 발생한 산청읍 내부마을

유가족 망연자실…극적 구조에도 불행 한탄

마을회관 가는 길, 바위로 막혀 10여 명 고립

700㎜ 육박하는 강우에 8명 사망 6명 실종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리마을의 한 주택이 산사태로 무너진 모습. 이 주택에서는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박종완 기자




작가를 꿈꾼 청년도, 축사를 운영하던 70대 노부부도 경남 산청군에서 내린 극한호우로 발생한 산사태에 목숨을 잃었다.

지난 3월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산청군. 지난 16일부터 내린 비는 평균 607㎜다. 20일 오후 3시 기준 비로 10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되는 등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5명이 사망하는 등 피해가 집중된 산청읍 내리지구와 부리지구에는 697.5㎜가 내렸다. 이번 폭우로 산청에서만 총 72건, 552억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비가 멎은 이날 산청지역은 흙먼지로 자욱했다. 지난 3월 산불로 하늘이 노랗게 물들었다면 이번에는 극한호우로 토사가 흘러내리며 바닥이 흙빛으로 물들었고, 불어난 물에 도로 곳곳이 막혔다. 와룡산 줄기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은 질퍽한 땅과 쌓인 잔해, 흙탕물로 발걸음을 디디기도 어려웠다. 전신주도 무너져 마을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은 잔해를 치우느라 분주했다.

경남도와 경남소방본부 등에 따르면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에서만 3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이 마을에서 축사를 운영하던 70대 부부가 사망했고 인근 식당에서 작가를 꿈꾸던 20대 여성이 숨졌다.

마을 어귀에서 만난 70대 부부의 사돈 최성순(72) 씨는 슬픔을 토로했다. 최 씨는 "이 마을은 바깥사돈 고향인데 읍에서 지내다가 축사를 운영하면서 이 마을에 작은 집을 짓고 일했다"며 "비가 많이 와 며느리가 걱정이 많았는데 산사태가 집을 덮치면서 사고가 났다. 정 많았던 부모를 떠나보낸 우리 며느리의 심정은 오죽하겠냐"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최 씨는 이번 재난으로 인한 고통을 정부와 지자체 등에서 위로해 줄 수 있는 방법 등을 찾아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경남 산청군 산청읍 내부마을 이장 김광만 씨가 산사태로 마을회관 입구 등이 막힌 곳을 설명하고 있다. 박종완 기자




숨진 20대 여성 A 씨의 이모부도 현장을 찾았다. 진주에서 현장을 찾은 50대 김모 씨는 집터를 훑어보다 고개를 떨궜다. 그는 "숨진 조카의 아버지랑 오빠도 허리와 어깨 등을 다쳐 부산대병원에 있다"며 "작가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먼저 떠난 조카가 너무 안타깝고 대전에서 내려오는 큰 조카가 이걸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3년 전 귀촌해 장미농원을 운영하는 노명수(70) 씨는 가까스로 살아났다는 안도와 함께 고향 마을이 무너지고, 마을 주민들에게 뻗은 불행을 한탄했다. 노 씨는 "그냥 산이 밀려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며 "집 근처 둑에서 극적인 구조가 됐지만 살면서 이런 모습을 보리라 상상도 못했다"며 당시 현장을 회상했다.

내부마을 마을회관으로 가는 길은 큰 바위가 무너져 내려 막혀 있다. 때문에 마을 주민 10여 명은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 현재 고립된 상태다. 내부마을 이장 김광만(62) 씨는 “1981년 8월 태풍(아그네스) 때 외부마을에 산사태 나 4명이 숨졌다”며 “44년 만에 또다시 이런 참사가 나 참담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산청읍 내리마을도 마을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했다. 심적사 계곡 인근에서 양갈래로 발생한 산사태로 내리마을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주민들은 전부 대피해 흙탕물과 나흘간 내린 물줄기 소리만 크게 들렸다. 마을 중턱에 있는 한 주택은 흘러내린 토사 등으로 막대한 피해와 함께 2명의 사망자만 남겼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전 직원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피해 접수 즉시 현장 조사와 응급복구반을 투입해 신속 대응에 나서고 있다"며 "활용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피해 예방과 복구에 최선을 다해 도민 안전 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산청군 단성면에서 산청읍으로 들어가는 도로가 산사태로 통제되고 있다. 박종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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