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첨단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된 기업 라피더스가 회로선폭 2나노(㎚·10억분의 1m) 시제품 제작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19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라피더스는 전날 홋카이도 지토세(千歲)시에서 관련 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4월 치토세 공장 가동을 시작한 라피더스는 이달 10일 전기 신호를 제어하는 핵심 부품인 트랜지스터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고이케 아쓰요시 라피더스 사장은 기자회견에서 직경 30㎝의 황금색 웨이퍼(기판)을 내보이며 “잠재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성능을 확인했다”고 자부했다. 이어 “미국 고객들은 미·중 분단을 의식해 세컨드 벤더(대체 공급업체)를 필요로 하고 있다”며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거대 테크 기업 개척에도 의욕을 보였다.
이번에 공개된 웨이퍼는 아직 필요한 기능의 일부만 구현한 중간 과정 단계다. 라피더스는 트랜지스터 특성을 더욱 개선해 연내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제품이 기대한 연산 능력과 전력 성능을 보여줄 수 있다면 고객 확보에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닛케이는 평가했다.
라피더스가 향후 반도체를 양산하기 위해서는 불량품 발생 비율을 낮춰 품질을 안정화하는 것이 과제다. 아사히는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서 1위인 TSMC는 올해 하반기 2나노 제품을 양산할 예정”이라며 “라피더스는 지금까지 기술을 축적하지 않은 채 공장을 지어 첨단 반도체 제조에 도전하고 있다”고 해설했다. 품질을 안정화해야 자금 조달과 고객 유치라는 또 다른 과제도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라피더스는 반도체 양산에 약 5조엔(약 46조80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확보한 금액은 1조7225억엔(약 16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양산까지 추가로 3조엔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2022년 8월 설립된 라피더스는 도요타, 키옥시아, 소니, NTT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73억엔을 출자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1조7000억엔을 지원했고, 올 하반기에는 1000억엔을 출자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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