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고물가 속에서 ‘가성비’ 휴가지로 템플스테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찰들도 지역의 특색을 살린 서핑, 사찰음식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며 문턱을 낮춰 가족 단위 참가자뿐 아니라 젊은 층까지 절을 찾고 있다.
14일 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전국 158개 사찰에서 7~8월 예약을 완료한 인원은 총 4만 5486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여름 특별 템플스테이를 운영하는 56개 사찰의 예약 인원은 2만 6919명으로 전체의 약 60%를 차지한다. 조계종 관계자는 “전반적인 예약률이 양호하다”며 “특히 서핑, 사찰음식, 다도 등 체험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템플스테이는 대부분 조기 마감될 정도로 인기”라고 설명했다.
여름철 인기 템플스테이로는 물놀이와 명상 등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꼽을 수 있다. 낙산사는 지난해 처음 선보인 ‘서핑 템플스테이’가 큰 호응을 얻어 올해도 2박 3일 일정으로 총 11회차를 진행한다. 회차당 60명씩 모집했으나 이미 전 회차가 마감됐다. 양양 해수욕장의 서핑뿐만 아니라 바다와 맞닿은 사찰의 입지를 살려 파도 명상, 아침 요가, 일출 명상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낙산사 관계자는 “2030뿐 아니라 중장년층도 적잖이 신청한다”며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스마트폰을 제출하고 ‘디지털 디톡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점도 인기 요인”이라고 전했다.
사찰음식 체험이 가능한 템플스테이도 반응이 좋다. 전남 백양사는 천진암에서 정관스님이 선보이는 사찰음식을 직접 맛보고 요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정관스님의 사찰음식은 넷플릭스에 소개돼 국내외 셰프들과 외국인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외에도 예천 용문사, 서울 진관사, 해남 대흥사, 용인 백련사 등은 참여자가 사찰음식을 직접 요리해볼 수 있어 입소문을 타고 있다.
고지대에 위치해 무더위를 피할 수 있는 강원도 사찰들도 주목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해발 800m 고지에 위치한 영월 망경산사다. 이곳은 도량 전체에 야생화와 산약초가 만발해 장엄한 자연 풍광을 자랑한다. 자연 속에서 정적인 휴식을 원하는 이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템플스테이 인기의 또 다른 요인은 합리적인 비용이다. 껑충 뛴 물가 속에서 숙식과 명상, 차담 등이 진행되는 일반적인 템플스테이의 경우 1박 2일 기준 1인당 8만 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운영되고 있다. 4인 가족이 참가해도 비교적 부담이 적어 가족 단위 참가자도 늘고 있다.
사찰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시설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참가자의 성향에 따라 휴식형과 체험형 프로그램으로 구분해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휴식형의 경우 예불이나 절하기 등을 제외하고 명상이나 차담 등에 참여할 수 있어 종교적인 부담감을 덜 수 있다.
조계종은 본부 차원에서 체계적인 콘텐츠 개발과 예약·결제를 위한 홈페이지 접근성 개선에 나섰다. 올해 2월 검색 기능 향상 등 템플스테이 예약 사이트를 전면 개편한 데 이어 다음 달에는 해외에서도 쉽게 예약할 수 있도록 결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다. 조계종은 또 최근 ‘선명상 템플스테이’의 1박 2일 프로그램 가이드와 운영 매뉴얼을 제작해 전국 운영 사찰에 배포했다. 조계종 미래본부는 “전통 간화선 수행과 현대적 명상법을 접목해 참가자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내려놓고 보다 깊이 있는 수행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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