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저음 성악가 연광철, 사무엘 윤, 김기훈이 한 무대에 선다.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 24일 청주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싱 로우 앤 소프트’는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저음 성악가들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은다.
5일 서울 삼청동 한미뮤지엄 본관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공연기획사 아트앤아티스트는 “국내외에서 바쁜 일정을 소화 중인 세 명의 가수가 함께 무대에 서기까지 3년의 준비 기간이 걸렸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저음 성악가들과 저음 악기들이 어우러지는, 짙고 그윽한 음색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세 성악가는 모두 세계적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음역대와 세대가 달라 각자의 개성과 조화가 더욱 돋보일 무대가 될 전망이다. 가장 낮은 음역대이자 최고참인 ‘베이스’ 연광철은 1993년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 무대에 이름을 알렸고, 2018년 독일 최고 권위의 칭호인 ‘캄머쟁어(궁정가수)’를 받았다. 같은 칭호를 2022년 받은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은 쾰른 오페라극장의 종신 가수직을 내려놓고, 현재 서울대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셋 중 가장 높은 음역대이자 막내인 ‘바리톤’ 김기훈은 2019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성악 부문 2위를 계기로 세계 주요 극장에서 활약 중이다.
사무엘 윤은 “오래전부터 함께 무대에 서고 싶었지만, 각자의 스케줄이 수년치까지 미리 짜여 있다 보니 이제야 성사됐다”며 “저음 성악가 셋이 만들어내는 목소리의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김기훈은 “두 베테랑과 같은 무대에 서게 돼 영광”이라며 “이 무대를 계기로 성악계와 클래식계에 새로운 시도들이 이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공연은 두 개의 파트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피아노 반주에 맞춰 모차르트, 바그너, 베르디 등 오페라의 유명 아리아들이 연주된다. 반주는 김정운 피아니스트가 맡는다. 그는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극장에서 동양인 최초로 오페라 코치 종신 단원으로 활동했으며, 라 스칼라 극장 아카데미에서 성악과 솔리스트 전문 연주자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2부는 이번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슈베르트와 브람스의 독일 리트(가곡), 김동진과 김주원의 한국 가곡이 특별 편곡돼 10대의 첼로와 2대의 더블베이스 반주로 연주되는 저음의 향연이 펼쳐진다.
연광철은 “보통은 가곡을 먼저, 오페라를 나중에 배치하는 것이 전형적인 구성인데 이번엔 순서를 바꿔 각자의 색깔을 먼저 드러내고자 했다”며 “절제되고 정적인 미를 지닌 가곡을 저음 현악기들이 반주하는 보기 드문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성악가들이 설 무대가 좁은 국내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도 표했다. 연광철은 “우리나라 클래식계는 소프라노 중심”이라며 “이번 공연이 더 많은 남성 성악가들에게 관심이 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사무엘 윤은 “28년간 해외에서 활동하다 돌아와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자 한다”며 “아직 주목받지 못한 유능한 성악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어 가고 싶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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