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혈당 모니터링이 가능한 ‘연속혈당측정기’가 1형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사용하는 환자는 10명 중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의 경우 연속혈당측정기 지속 사용 비율이 3.9%에 그쳐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재현·김지윤 삼성서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와 김서현 삼성융합의과학원 박사 공동 연구팀이 1형 당뇨병 환자의 치료 기기 사용 현황과 연령대별 사용률 격차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11일 밝혔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2019~2022년 사이 1형 당뇨병 진단을 받은 환자 중 초속효성 인슐린을 3회 이상 처방 받은 환자 5만 6908명을 분석했다. 추적 관찰은 연속혈당측정기 처방 시점부터 24개월까지 이뤄졌다.
연속혈당측정기는 손가락 끝을 찔러 피를 낼 필요 없이 팔이나 배 등에 패치 형태의 센서를 부착하고 스마트폰 등으로 혈당 수치를 확인할 수 있는 기기다. 인슐린 분비 자체가 되지 않는 1형 당뇨병 환자가 정확한 인슐린 투여량을 결정하고 저혈당과 고혈당을 예방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혈당을 잘 조절하면 체중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당뇨병이 없는 일반인이 다이어트 목적으로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분석에 따르면 국내에서 1형 당뇨병 환자가 연속혈당측정기를 처방 받은 비율은 19.0%에 불과했다. 꾸준히 사용한 환자 비율은 10.7%에 머물렀다. 연령대별 연속혈당측정기 처방률은 소아청소년 환자가 61.4%, 성인 환자는 16.0%로 큰 차이를 보였다. 실시간 달라지는 체내 인슐린 요구량 변화에 맞춰 인슐린을 자동 주입할 수 있는 연속혈당측정기 연동형 인슐린 펌프 처방률 역시 소아청소년이 3.1%로 집계된 반면 60세 이상은 0.1%에 그쳤다.
연속혈당측정기를 꾸준히 사용한 환자 비율은 19세 미만이 37.0%로 가장 높았다. 19~39세가 15.8%였고 40~59세는 10.7%, 60세 이상은 3.9%로 나이가 많을수록 사용률이 급격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연속혈당측정기를 처방 받은 환자의 당화혈색소 수치는 3개월 만에 8.7%에서 7.4%로 감소했다. 당화혈색소는 당화된 A1c형 혈색소의 농도를 측정하는 것으로, 최근 2~3개월 동안의 혈당 평균치를 반영한다.
연구팀은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혈당 개선에 매우 효과적임에도 낮은 처방률이 이어지는 이유를 번거로운 건강보험 환급 절차와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의 특성에서 찾았다. 1형 당뇨병 환자가 연속혈당측정기를 사용하면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등록된 판매 업소에서 스스로 구매한 뒤 직접 청구하도록 되어있다보니 사용자에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60세 이상에서는 스마트폰 연동, 경고 알림 등 디지털 기능이 많은 실시간 연속혈당측정기보다 효과가 떨어지고 기능이 간단한 간헐적 스캔형 기기 처방률이 높았다. 고령의 당뇨병 환자에게는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과정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김 교수는 “연속혈당측정기 사용이 혈당 조절에 효과적인 만큼 보다 적극적인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며 “모든 연령대의 당뇨병 환자가 치료 기회를 고르게 누릴 수 있도록 의료 현장과 제도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당뇨병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DMJ(Diabetes & Metabolism Journal)’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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