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에게 또 다시 사퇴 압박을 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빌 풀테 연방주택금융청(FHFA) 이사가 의회에 파월 의장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를 공유하면서 “너무 늦는 사람(Too Late)은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저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올린 링크의 기사는 파월 의장이 지난달 26일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의 반기 통화정책 보고 청문회에서 증언 도중 거짓말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내용의 보도였다. 풀테 이사는 파월 의장이 워싱턴DC에 있는 연준 본부 보수공사 계획과 관련한 질문에 “거짓으로 답변했다”면서 “고의로 상원의원들을 오도했으므로 그를 해임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파월 의장의 임기가 빨리 종료돼야 한다”며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파월 의장을 겨냥해 ‘미스터 투 레이트(금리 인하 결정이 너무 늦는 사람)’ ‘루저(실패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어리석고 고집 센 사람’ 등 인격적인 조롱까지 서슴지 않고 던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에도 트루스소셜에 “당신은 언제나처럼 너무 늦다”라는 내용의 자필 메시지를 게시했다. 해당 메시지는 세계 44개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현황이 적힌 문건 위에 적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을 연일 압박하는 것은 자신의 관세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가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더 내려가면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게 되고 미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상승, 다른 나라 국가의 대미 수출 경쟁력은 하락하게 된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실제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달러인덱스는 10.8%나 하락했다. 이는 상반기 기준으로 브레턴우즈 체제의 금본위제가 무너지고 변동환율제가 도입됐던 1973년 상반기(-14.8%) 이후 최대 하락률이다.
이와 달리 파월 의장은 여전히 금리 변동에 신중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관세 전쟁으로 물가가 다시 들썩일 수 있다는 불확실성을 금리 인하 연기의 이유로 드는 점이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자극하고 있다는 평가다. 연준은 파월 의장의 뜻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기준금리를 4회 연속 동결했다.
주요 외신들은 파월 의장과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후임 연준 의장 지명 시기를 올 9~11월에서 여름께로 앞당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후보군으로는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케빈 해싯 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데이비드 멀패스 전 세계은행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등이 거론된다. 파월 의장의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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