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를 4명을 좁혔다며 그 중 두 명이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임을 암시했다. 애초 차기 연준 의장 조기 배치용일 가능성이 제기된 아드리아나 쿠글러 연준 이사 후임은 이번 주 안에 2명의 후보군 중 하나로 정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 행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차기 연준 의장 관련 질문을 받고 “케빈(Kevin)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과 다른 두 사람 등 네 명으로 압축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케빈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사람은 해싯 위원장과 워시 전 이사로 추정했다. 나머지 후보군의 경우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가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그간 차기 연준 의장 유력 후보로 꼽혔던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방송에서 “전날 밤 베선트 장관에게 의중을 물었지만 ‘재무부 장관을 계속하고 싶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최근 돌연 사임한 쿠글러 이사 후임에 대해서는 “2명으로 좁혔다”며 “이번 주 안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후임 이사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것으로 할지, 쿠글러 이사의 잔여 임기인 4개월로 할지도 함께 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과 쿠글러 이사 후임 후보군을 구분해 발언하면서 이들을 동일인이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앞서 주요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연준이 최근 금리 인하 여부를 놓고 연일 충돌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 인사로 꼽히던 쿠글러 이사가 1일 돌연 사퇴한 배경에 관심을 쏟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사퇴를 연일 촉구하는 점을 들어 쿠글러 이사의 후임 자리에 차기 연준 의장 후보를 조기에 배치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쿠글러 이사는 2023년 9월 연준 이사로 임명돼 내년 1월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 29∼30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아 시장의 궁금증을 샀다.
트럼프 대통령이 쿠글러 이사의 후임을 임명하면 7인 체제인 현 연준 이사진 가운데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과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를 포함한 총 세 명이 현 정부 인사로 채워진다. 보먼 부의장과 월러 이사는 30일 FOMC 회의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반대해 ‘0.25%포인트 금리 인하’ 소수 의견을 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글러 이사가 서한을 보낸 1일 취재진과 만나 “연준 이사회에 공석이 생겨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서 “쿠글러 이사는 파월 의장이 금리 결정에서 잘못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만뒀다”며 “파월 의장도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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