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경제 주도권 확보를 위해서는 수소 생산은 물론 운송·저장 기술 개발도 필요하다. 한국은 에너지 소비가 많아 수소 수입 비중이 클 수밖에 없는데 이 같은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옮기는 것 역시 고난도 기술을 요하는 까다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관련 기술력은 주요국 중 중하위에 그친다. 이에 연구개발(R&D) 확대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수소경제 달성을 위한 수소 운송·저장 기술주권 확보 전략’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미국특허청(USPTO)에 등록된 한국의 암모니아 수소 운송 기술 특허는 0건이다. 미국(24건), 일본(10건), 독일(7건), 중국(2건)을 포함한 주요 5개국 중 최하위다. 또 다른 수소 운송 기술인 액화수소 기술도 특허 점유율 5.4%로 최하위, 액체유기수소운반체(LOHC) 기술은 15.8%로 3위에 머물렀다.
수소는 석유와 달리 밀도가 낮은 기체여서 이를 그대로 운송선에 실어서는 국제무역을 위한 운송 효율을 낼 수 없다. 폭발 위험도 있다. 이에 수소를 질소나 유기화합물과 화학적으로 결합시켜 각각 암모니아나 LOHC라는 액체로 만들어 운송하는 기술이 주목받는다. 수소 기체보다 밀도를 각각 1467배, 574배 높일 수 있고 기존 석유화학 산업 인프라를 그대로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수소를 직접 액체로 만든 액화수소도 밀도가 865배 높아진다. 2050년 전 세계 수소 무역액은 연간 2800억 달러(380조 원), 특히 수요에 비해 대규모 생산 시설 구축에 한계가 있는 한국은 해외 수입의존도가 8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운송 기술 확보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KISTEP은 “주요 수소 수출국들은 수입국 기술로 자국 내 생산 인프라를 구축하는 포트폴리오를 제시했다”며 “한국이 보유한 기술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를 국내에 수입하는 공급망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은 ‘청정수소 전략 및 로드맵’을 통해 청정수소 허브 건설에만 70억 달러(9조 5000억 원)를 투입하는 등 선진국들은 조 원 단위 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소 분야 정부 R&D 투자는 2023년 7715억 원이었다.
안전기준, 기술 인증 등 선제적인 제도 정비도 시급하다. KISTEP은 “액화수소와 암모니아 등이 수소산업에 활용될 수 있도록 수소법 내 안전기준 제정을 포함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히 “현재 암모니아는 독성 물질로 분류돼 활용상 제약이 존재해 법·제도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그린수소(청정수소) 인증 기준에 미리 대비할 수 있게 국내 인증 제도 도입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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