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발표한 날 직장인과 일부 개인사업자들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 약정액이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대출 한도가 줄어들기 전에 급히 마이너스통장을 연 이들이 많다는 뜻으로 미리 필요 자금을 받아놓지 못한 서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과 우리은행의 지난달 27일 마이너스통장 약정액은 전날보다 795억 원 늘어난 35조 1266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날 증가 폭(49억 원)의 약 16배에 달한다. 지난달 17일부터 26일까지 이들 은행의 일일 약정액 증감 폭은 -146억~49억 원 수준이었다.
지난달 27일은 금융 당국이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묶고 신용대출은 연봉 이내로 제한한다고 밝힌 날이다. 당일 오전 11시 30분에 관련 소식이 전해진 만큼 발 빠른 이들은 먼저 한도를 늘려놓은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게시판과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마이너스통장이 막히기 전에 받아놓아야 한다’는 글이 공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정부 발표 직후인 오후부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마이너스통장 한도 증액 신청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한도를 늘려서 미리 약정만 해두면 이후 규제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에 선약정 수요가 급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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