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대적인 검찰·사법 분야의 개혁을 예고한 이재명 정부에서 주요 사건을 맡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정진우 서울북부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을 대검찰청 차장검사에는 노만석(29기)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이 각각 임명됐다. 이번 인사는 윤석열 라인과 거리를 둔 검사들 가운데 실무 능력이 검증된 이들을 전진 배치해 검찰 개혁에 더욱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법무부는 1일 대검검사급 검사 3명을 신규 보임하고 대검검사급 4명과 고검검사급 2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4일 자로 단행했다. 검찰 개혁을 주도할 봉욱 민정수석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 후보자 등이 지명된 지 사흘 만이자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당일 이뤄졌다. 이창수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의 표명으로 한 달간 공석이었던 중앙지검장 자리도 이번 인사로 채워졌다.
이번 인사에서 발탁된 인물들은 대체로 윤석열 라인과는 거리를 둔 실무 중심의 인사들로 평가된다. 정 신임 서울중중앙지검장은 국가정보원 파견 경력이 있는 대표적 ‘공안·기획통’으로 꼽힌다. 그는 경기 평택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고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와 대검 과학수사부장, 춘천지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두루 거쳤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 시절 ‘채널A 사건’에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무혐의 처분하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과 관련한 ‘청와대 기획사정’ 수사에서는 이규원 전 검사를 기소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정 지검장을 특정 진영에 치우치지 않은 ‘온건 성향’으로 평가한다.
검찰 조직의 2인자 자리에 임명된 노 신임 대검 차장은 특수·형사 분야에서 풍부한 현장 경험을 갖춰 내부 신망이 높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장과 법무부 감찰담당관, 부산지검 2차장, 서울고검 차장, 제주지검장, 대검 마약·조직범죄부장 등을 지냈다.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 공동본부장을 맡아 지난해 10대 마약사범 수를 전년보다 절반 넘게 줄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그는 정치적 성향보다는 현장 중심 수사와 실질적 조직 관리 능력을 바탕으로 승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 개혁을 주도할 법무부 핵심 인사도 마무리됐다. 법무부 장차관을 보좌하며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기획조정실장에는 최지석(31기) 서울고검 감찰부장이, 검찰의 인사·조직·예산을 총괄하는 검찰국장에는 성상헌(30기) 대전지검장이 각각 임명됐다. 법무부 검찰과장 자리에는 김수홍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35기)이 보임됐다. 금융·증권 범죄 수사의 중심인 서울남부지검장 자리에는 문재인 정부 당시 검찰과장을 역임한 김태훈(30기) 서울고검 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이 가운데 최 신임 실장은 형사·공안·정책 분야를 두루 경험한 실무형 검사로 평가된다. 또 성 신임 국장은 대검 기획조정부장 시절 검찰 내외 정책을 조율하며 검찰 내부 신망이 높은 인물로 평가된다.
서울동부지검장에는 검찰 내 대표 개혁론자로 분류되는 친여 성향의 임은정(30기) 대구지검 부장검사가 검사장으로 승진해 임명됐다. 임 신임 검사장은 과거 전현직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검찰의 인사·정책,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 관련 수사 등을 적극적으로 비판해왔다. 문재인 정부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으로 중용됐으나 윤석열 정부 들어 지검으로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현재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안을 다룰 예정이다. 이 밖에도 송강(29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광주고검 검사장으로, 임세진(34기) 법무부 검찰과장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