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신용대출 한도를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면서 옥죄기에 나섰지만 은행권 신용대출 금리는 되레 낮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대출 억제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비대면 신용대출 상품인 ‘쏠편한 직장인대출’의 금리는 이날 기준 연 5.33~5.56%다. 전날(5.36~5.62%)과 비교해 금리 상단이 0.06%포인트 낮아졌다.
신한 측은 대출 기준금리인 금융채 6개월물의 금리 하락세를 감안해 가산금리를 선제적으로 조정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금융채 6개월물 무보증(AAA) 금리는 지난달 26일 2.535%에서 30일 2.529%까지 낮아졌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금융채 금리를 기준금리에 적용할 때 3영업일 평균치를 쓰기 때문에 실제 시장금리와 기준금리 간에 다소 차이가 있다”면서 “가산금리를 조정해 시장금리와의 괴리를 좁힌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이날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신용대출 상품인 주거래직장인 대출금리(6개월 변동금리 기준)를 4.02~5.02%로 전날 4.08~5.08%보다 0.06%포인트 낮췄다. 하나은행도 대면 창구의 신용대출 금리를 0.0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금융권에서는 신용대출 금리가 계속 낮아지면 대출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리 부담이 줄어들면 한도를 꽉 채워 받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결과적으로 규제 효과도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 아래로 묶어둔 탓에 부족한 주택 구매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하려는 수요가 늘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신용대출과 달리 주담대 금리는 오르는 추세다. 하나은행의 비대면 주담대 대환 상품 금리는 6개월 변동금리 기준 이날 4.325%로 전날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정부의 대출 규제 이후 비대면 주담대 접수를 일시적으로 막아뒀지만 접수를 재개하면 대환 수요가 쏠릴 수 있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의 5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 금리도 이날 3.57~4.77%로 전날보다 0.06%포인트 올랐다.
한편 KB·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월 754조 8300억 원으로 전달보다 6조 7500억 원 늘어났다. 주담대가 5조 8000억 원 급증하며 전체 대출 증가 폭을 키웠다. 신용대출도 1조 원 늘었다. 기업대출은 전달보다 8조 4000억 원 급감했다. 경기 둔화 우려에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강화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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