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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빠듯한 폴란드, 대출은행 지정 놓고도 ‘딴지’ [한국 K2 수출금융 거부]

금융지원 세부조건 놓고 힘겨루기

“英 계약때보다 보험료 높다” 압박

방산수출 지연 땐 기업 피해 커져

무보·수은, 내달까지 매듭 짓기로





폴란드가 2차 방산 수출 계약 과정 내내 금융 지원 내용을 두고 한국 측과 실랑이를 벌여왔다. 실제로 폴란드 측은 한국에 수출 계약액의 80%, 50억 달러 이상의 금융 지원을 계약 체결을 위한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폴란드의 완강한 요구에 한국무역보험공사와 한국수출입은행은 최근 업무협약(MOU)을 맺고 2차 수출 계약액의 80%에 달하는 52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을 하기로 했다.

지원 규모 문제를 매듭지었지만 이번에는 세부 조건을 놓고 파열음이 나고 있다. 폴란드가 MOU에 적시된 보험료율까지 거부하면서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보험료율을 조금이라도 낮춰 자국이 부담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폴란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을 계기로 무기 수입을 대거 늘려왔는데 대금을 치를 현금은 넉넉지 않은 상황이다. 협상 과정에 밝은 한 인사는 “폴란드 측이 2차 수출계약에 대한 한국의 금융 지원을 명확히 해둬야 한다며 MOU 체결도 먼저 요청한 것으로 안다”면서 “지원 총액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혔는데 보험료율을 포함한 구체적인 지원 조건에 대해서는 양국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양측은 대리은행 지정 문제를 놓고도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리은행은 한국 수출금융기관으로부터 보증서를 발급받아 폴란드에 수출 대금을 직접 대여하는 금융사다. 무보와 수은은 폴란드개발은행(BGK)에 대리은행을 선정해줄 것을 요청한 상태다. 하지만 BGK는 한국이 금융 지원을 먼저 확약해야 대리은행을 선정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K2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사진 왼쪽부터 현대로템 이용배 사장, 안규백 국방부장관, 폴란드 국방장관, 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 사진제공=국방부


우려스러운 대목은 금융 계약에 대한 합의가 지연될수록 방산 수출 일정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이번 방산 계약은 크게 수출기업인 현대로템과 수입국인 폴란드 군비청을 양축으로 하는 수출 계약과 무보·수은 및 BGK 간 금융 계약으로 나뉜다. 수출 계약은 이달 1일 체결됐다. 하지만 수출 대금을 좌우하는 금융 계약이 매듭지어지지 않으면 수출 계약의 발효 시점이 늦어지게 된다.

무보와 수은은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폴란드에 대한 금융 지원 조건을 확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장에서는 무보가 결국 폴란드 측의 요구를 어느 정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새어 나온다. 이번 2차 수출 계약액은 총 65억 달러 규모로 단일 방산 수출 건으로는 최대다. 금융 계약이 지연되거나 최악의 경우 무산되면 국내 방산기업의 피해가 큰 상황이라 폴란드 측의 요구를 완전히 외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폴란드가 2차 계약 이후 추가로 무기를 구매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이번 계약 건만으로 수지타산을 따지는 게 적절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이미 수출 계약까지 마친 상황에서 금융 계약을 기약 없이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며 “폴란드 측이 역마진을 감수하라는 정도로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면 무보가 한 발 물러서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추가 무기 수출에 대비해 수출금융기관의 재무 여력을 선제적으로 높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지금까지 두 차례 수출 계약에 동원된 무보와 수은이 수출금융 규모는 총 232억 달러에 달한다. 특히 수은의 경우 폴란드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를 대부분 소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상 수은의 특정 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는 40%로 제한된다. 폴란드는 지난해 한국에서 K9 자주포 등 30조 원 규모의 무기를 사들이려 했지만 금융 지원이 뒷받침되지 않아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수은의 폴란드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거의 차 자금 지원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수은 관계자는 “계약 물량 인도에 맞춰 대출 상환이 이뤄지면 신용공여 한도에 여유가 생기는 만큼 당장 자본금이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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