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일(7월 9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이 각국을 △협상 타결국 △협상에 선의를 보인 관세 유예국 △고율 관세 부과국 등 3개 그룹으로 나눌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그동안 미국이 “최선의 안”을 가져왔다고 평가했고 조선업 등 미국과 협력할 분야가 많아 관세 유예를 받을 수 있지 않겠냐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이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고율 관세를 그대로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2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다음 1주 반(열흘) 내에, 혹은 아마도 그 전에 서한을 보내 미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해 그들이 지불해야 할 것을 밝히겠다"며 "이는 매우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과 협상을 마쳤고 영국과의 합의도 (양국) 모두에 좋았다”며 “4~5개 국가와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부 국가는 우리를 속여왔다. (그들은) 관세를 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에 너무 많은 무역흑자를 보거나 그동안의 협상에 미온적인 국가를 ‘일부’라고 지칭하며 이들에는 고율 관세를 그대로 매기고 나머지 국가에는 일단 관세를 유예한 채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도 이달 11일 하원 세입위원회 증언에서 “성실하게 협상하는 나라들, 또는 유럽연합(EU)과 같은 무역 블록에는 선의의 협상을 지속하기 위해 유예기간을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누군가 협상하지 않는다면 연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장관은 27일에는 추가 협상 시한으로 미국의 노동절인 9월 1일을 제시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도 27일 워싱턴 주미대사관에서 특파원단과 만나 “일부 국가는 미국과 원론적인 무역 협상을 타결하고 세부적인 것은 추후 협상할 것으로 보인다”며 “또 선의로 협상을 해왔다고 인정되는 국가는 상호관세 적용 시점을 유예하면서 협상을 진행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선의가 안 보이고 미국으로서는 협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던 국가는 어떤 형태의 페널티가 올 수 있다”며 “여러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이제 관심은 한국이 어느 그룹에 들어가느냐다. 베선트 장관은 올 4월 최상목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2+2 통상 협의를 마친 후 “한국이 일찍 찾아왔고, 최선의 안을 가져왔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1기 때 국방부 차관보를 지낸 랜들 슈라이버 싱크탱크 ‘프로젝트2049’ 소장도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트럼프 행정부 고위 인사 등의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미국 정부는 한국과의 관세 협의 진행 방식에 매우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경우 우리는 선의의 국가로 분류돼 상호관세가 추가로 연장된 상태에서 미국과 9월 1일까지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기자회견에서 “일부 국가들은 미국을 속여 이익을 취하고 수십억 달러를 가져가는 데 익숙해져 있다”며 “그들은 우리가 이전에 본 적 없는 수준의 관세를 부과했다”고 언급해 미국과의 교역에서 많은 무역흑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을 정조준했다. 미국 입장에서 한국은 지난해 기준 8대 무역적자국이다. 미국이 한국과의 협상에서 최대한의 양보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단 고율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배경이다. 이 경우 한국은 자동차(25%), 철강·알루미늄 및 파생제품(각 50%) 등 품목별 관세가 적용되는 항목을 제외한 대부분의 대미 수출품에서 현재의 10% 기본관세에 15%의 추가 관세(총관세 25%)를 내야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의 정치적 환경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과의 협상에서 진도가 많이 나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새 정부 들어 서둘러 미국과 협상을 시작하며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준비가 돼 있고 선의를 갖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최근 양국 간 협상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최종 결정은 상호관세 유예 만료일에 임박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할 것”이라며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남은 기간 최대한 선의를 보이며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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