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인상을 멈춰달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소상공인연합회는 6월 26일 최저임금위원회 7차 전원회의를 앞두고 세종시 고용노동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위원회에 2026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 소상공인 대표들을 비롯해 소상공인연합회 전국 광역·기초 지역 회장 등 전국에서 모인 소상공인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소상공인들의 역대급 위기를 감안한 합리적인 2026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최저임금위원회에 촉구하고 나섰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전국 소상공인을 대표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강력히 촉구한다”며 “이것이 소상공인 생존과 대한민국 경제 회복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소상공인들은 역대 최다 부채에 역대 가장 긴 부진에 시달리며 외환 위기 당시보다,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든 역대급 위기에 처해 100만 폐업 시대의 희생양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최저임금이 1만 원을 돌파하고, 거기에 주휴수당까지 합치면 1만 2000원이 넘는다. 최저임금은 이제 소상공인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면서 “지금의 소상공인발 경제 위기를 넘지 못한다면 고용도, 소비도 세수도 붕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을 일시적으로라도 동결해 소상공인에게 회복의 시간과 반전의 모멘텀을 제공해야 한다”며 “그것이 우리 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더욱 키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송 회장은 “제도 자체의 특성상 동결이 어렵다면, 최저임금의 직접당사자이자 고용의 최전선에서 분투하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지불능력을 감안한 동결 수준의 합리적인 결정이 절실하다”며 “만약 이번에 최저임금위원회가 합리적인 결정에 나선다면, 경제활성화 방침에 적극 부응래 소상공인 업계 차원의 고용확대 독려 캠페인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대기업 노조 고액연봉의 명분이자 지렛대로 전락한 현재의 최저임금제도가 제도 본래의 취지대로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고용시장 안정을 동시에 도모해 국가경제 발전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중지를 모아야 한다”라며 소상공인과 취약근로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크게 담을 수 있는 최저임금 제도의 근본적인 개편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송 회장은 “소상공인들의 간곡한 호소에도 내년도 최저임금이 소상공인들의 여력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결정될 경우,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힘을 모아 강력한 대응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원회의에 참석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소상공인 대표들도 한 목소리로 소상공인들의 지불여력을 감안한 최저임금 결정을 호소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 위원인 금지선 한국메이크업미용사회 회장은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소상공인들이 안정적으로 고용을 늘리고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설계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은 소상공인들이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책정돼야 한다”며 “소상공인을 인력감축과 폐업으로 내모는 최저임금 인상을 올해 한 번이라도 멈춰야 할 것이다. 현실을 감안한 결단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소상공인들의 폐업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를 담은 상징의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중기중앙회는 앞서 23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생존을 위한 최저임금 결정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재광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과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인 이오선 부산청정표면처리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송유경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비롯해 중소기업·소상공인 업종별 대표들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계에서는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상황을 고려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호소문을 통해 “우리나라 최저임금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취약한 지불능력은 고려되지 않고 꾸준히 올라왔고, 이미 경쟁국들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이라며 “무엇보다 내수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속에서 대출연체율, 폐업자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많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버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만큼 내년도 최저임금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 제6 차 전원회의에서 부결된 사업종류별 구분 적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중기중앙회는 “업종별로 다른 사업주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결국은 최저임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며 “내년에는 좀 더 충실한 자료를 기반으로 논의해 지불능력이 아주 취약한 일부 업종만이라도 구분적용을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식당, 편의점, 도소매업 등 생활밀접업종의 소상공인들도 참여해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학순 신동묘삼계탕 대표는 “사업 규모가 크면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겠지만 우리처럼 작은 식당은 인건비가 오르면 더 이상은 못 버틴다”며 “주변에 빚과 폐업에 들어가는 돈이 부담돼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신용 불량자 되는 사람이 많은데, 최저임금 올리는 게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인지 다시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이택주 오피스디포 관악동지점 대표는 “사업주들은 시급 외에도 주휴수당, 퇴직금, 4대보험 관련 비용 등 의무적으로 지급해야 하는 인건비 항목이 많고, 최저임금 인상되면 그 비용들이 줄줄이 인상되는데 사업주들의 인건비 부담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며 “최저임금이 동결되고 주휴수당 부담만 적어져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준 세븐일레븐 라마다신설동점 대표는 “최저임금이 낮을 때는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 공감했지만, 지금은 최저임금이 높아질 대로 높아진 상황”이라며 “누군가는 최저임금도 못 줄 거면 사업을 접으라고 하는데, 그 말에 너무 충격을 받았고 최저임금 때문에 사업을 접는 건 너무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제조 중소기업들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애로를 얘기했다. 곽인학 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그게 기준이 돼 영세 사업주뿐만 아니라 모든 중소기업에게 인건비 압박으로 작용한다”며 “경영여건과 노동생산성 개선 없이 인건비만 계속해서 오르면 R&D와 같이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와 미래를 위한 투자는 물 건너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광 위원장은 “중소기업이 체감하는 경기는 너무 안 좋은 상황이고,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며 빚을 내 사업을 유지하던 많은 소상공인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고 있다”며 “우리 경제와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처한 상황, 고용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동결 수준의 합리적인 최저임금 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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